저물어 가는 괴물의 시대...류현진, 이대로 괜찮나요

기사승인 2022-06-10 11:27:02
- + 인쇄
저물어 가는 괴물의 시대...류현진, 이대로 괜찮나요
류현진의 빅리그 부상자 명단 등재 일지.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9년차를 맞이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일(한국시간) 기준 류현진은 2022시즌 6경기에 출전해 27.0이닝 2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5.33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296 등을 기록하는 등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부진하고 있다. 급기야 앞선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선 팔꿈치 부상을 당해 시즌 두 번째 IL(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2년간 지속되는 부진과 잔부상에 류현진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했다. 토론토 현지에서는 “류현진을 트레이드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물어 가는 괴물의 시대...류현진, 이대로 괜찮나요
류현진의 최근 3년 투구 내용.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만 35세의 류현진, 에이징 커브에 들어섰나?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은 이적 후 첫 시즌 12경기에 나와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의 성적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에는 14승 10패 ERA 4.37로 다소 주춤했다. 전반기에는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5패 ERA 3.56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14경기에서 6승 5패 ERA 5.50에 그쳤다. 특히 9월에는 4경기 동안 1승 2패 평균자책점 9.20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올해 첫 2경기에서도 7.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ERA가 13.50까지 치솟았다.

부진의 이유로는 첫 번째로 떨어진 구속이 꼽힌다. 류현진이 가장 활약했던 2019시즌에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7마일(145.96㎞)로 빅리그 데뷔 초반과 견줘도 밀리지 않았지만, 점점 구속이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에는 89.3마일(143.71㎞)로 2019년 대비 2㎞ 넘게 줄었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줄기 시작하면서 그의 결정구인 체인지업의 위력도 크게 줄었다.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고, 결정구로 구속이 느린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게 류현진의 주 패턴이었다.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9년 당시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투구 결과에 따라 바뀐 기대 득점의 변화량을 구종 별로 누적한 값)는 무려 24.9에 달했지만 2020년(8.1)과 지난해(0.3)로 하락세를 걷더니, 올해는 -0.62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류현진이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하락)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2006년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한 그는 어느덧 만 35세의 베테랑이다. 30대 중반인 류현진도 전성기에서 내려올 시점에 이르렀다.

투수들의 최전성기는 보통 30세에서 33세까지로 본다. 현재 팀 당 60경기 가까이 치른 가운데 팬그래프닷컴 기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선발 투수 상위 30명 중 만35세가 넘는 선수는 카를로스 카라스코(35, 뉴욕 메츠)와 저스틴 벌렌더(39, 휴스턴 애스트로스) 단 2명에 불과하다.

동양인의 신체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인종에 비해 동양인의 운동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신체적 노쇠화도 다른 인종에 비해 빠르게 찾아와 30대 중반부터 급격한 기량 저하를 겪는다. 실제로 빅리그에서 뛰었던 동양인 투수들은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대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굵직한 업적을 세웠던 박찬호는 텍사스 이적 이후 내리막을 걸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30대 중반 뉴욕 메츠에서 뛸 당시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강등됐고,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 시즌을 소화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박찬호 이전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던 노모 히데오도 30대 중반에 급격히 기량이 줄었다. 2003년에 16승 13패 ERA 3.09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지만, 만 35세였던 2004년에는 4승 11패 ERA 8.25로 급격히 기량이 꺾였다. 2005시즌에도 5승 8패 ERA 7.24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이후에는 마이너리그와 도미니칸 공화국 리그를 전전했다.

류현진과 비슷한 시기에 빅리그에 진출한 다르빗슈 유(35,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올 시즌 11경기에 선발 출전해 67.1이닝을 소화하며 5승 3패 ERA 3.61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2위를 차지했던 2년 전 기록(12경기 출전 76.0이닝 8승 3패 ERA 2.01)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저물어 가는 괴물의 시대...류현진, 이대로 괜찮나요
지난달 1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서 5회를 앞두고 교체돼 내려가는 류현진.  AP 연합

빅리그에서 IL만 13번…류현진은 유리몸?

악화되고 있는 몸 상태 또한 구위 하락의 이유로 거론된다.

류현진은 선수 생활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서 뛴 이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60경기 단축 시즌을 보낸 2020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류현진은 2004년 인천 동산고 시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LA 다저스에서 뛰던 2015년에는 메이저리그 복귀 성공률이 7%밖에 되지 않는 왼쪽 어깨 관절 와순 수술을 받았다. 2016년 7월에는 팔꿈치 건염으로 한 경기만 뛰고 팔꿈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이후 추가적인 대수술은 없었지만 잔부상에 시달렸다. 특히 공을 던지는 왼쪽 팔과 하체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LA 다저스는 류현진이 조금이라도 통증을 느끼면 즉시 경기에서 제외하고, 추가 휴일을 줄 정도였다. 토론토도 류현진이 최대한 무리하지 않게 노력했다.

팀 차원의 관리에도 류현진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올해에는 벌써 2차례나 통증을 호소했다.

지난 4월 17일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와 경기 이후 왼쪽 팔뚝 통증을 호소해 부상자 명단(IL)에 등재된 그는 한 달 가까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후 지난달 1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을 통해 복귀했다.

복귀 후 4경기에서 2승 무패 19.2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2.35로 준수한 활약을 펼쳐 우려를 더는 듯 했으나 지난 2일 선발 등판했다가 경기 도중 왼쪽 팔뚝에 통증을 느껴 자진 강판을 요청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류현진은 왼쪽팔 전완근에 염좌가 발생했다. 리그 데뷔 후 13번째 IL에 등재된 그는 복귀 시기가 여전히 미정이다. 

저물어 가는 괴물의 시대...류현진, 이대로 괜찮나요
투구 전 공을 바라보는 류현진.   AP 연합

전문의가 보는 류현진의 현 상태는?

현 LG 트윈스 필드 닥터이자 세종스포츠정형외과의원 어깨/팔꿈치 전문의 금정섭 병원장은 류현진이 이번에 입은 전완근 부상에 대해 “전완근 부상은 주로 투수들에게 생기는 부상으로, 공을 던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내측의 척골 측부 인대 주변의 근육이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파열되면서 생기는 부상”이라고 설명했다.

금 병원장은 “단순히 전완근 부상만 있다면 약 4에서 6주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지만, 인대의 손상이 동반되어있다면 회복이 더 길어질 수 있다”라면서 “현재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부위의 통증이 재발하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전완근 부상이기보다는 인접하고 있는 척골 측부 인대의 부상이 동반되어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보통 전완근 부상은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의 전조 증상으로도 알려져 있기에 이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미국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도 류현진의 부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왼쪽 팔뚝 염좌는 항상 토미 존 수술로 이어지는 전조 증상이 되곤 했다”라고 조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 병원장은 “그동안 같은 부위의 문제가 재발하는 것으로 보아, 정밀 검사에서 인대 부상이 확인된다면 토미 존 수술을 재차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류현진은 한국과 미국에서 소화한 이닝 수만 2272.1이닝에 달한다. 이 수치를 그대로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들의 통산 이닝 순위에 대입하면 류현진은 6위에 랭크될 정도다. 국제대회까지 더하면 이닝 수는 더 늘어난다.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엄청나게 많은 공을 던진 만큼 류현진의 왼팔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게 많은 이들의 주된 의견이다.

금 병원장은 “류현진 선수는 2004년에 토미 존 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을 최고로 받아오면서 관리가 잘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 공을 던지면서 인대가 버티지 못하고 손상이 진행됐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물론 류현진 선수의 천재적인 감각과 운동 능력이 있기에 충분한 재활을 통하여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류현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팔꿈치 검사를 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켈란 조브 정형외과 소속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2015년 류현진의 어깨 수술을 집도한 의사다. 류현진은 엘라트라체 박사의 소견을 들은 뒤 향후 계획을 다시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켈란 조브 정형외과에서 연수를 받은 금 병원장은 “엘라트라체 박사는 최고의 스포츠의학 권위자”라면서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진료 및 판단을 구하러 갔다면 수술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선수들이 믿고 수술을 하러 가는 파트기도 하고, 이전의 좋은 결과를 경험했으니 복귀 확률이 최대한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추측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자문=세종스포츠정형외과의원 금정섭 병원장
저물어 가는 괴물의 시대...류현진, 이대로 괜찮나요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