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접종’ 확대 가닥… 시민들 “맞아도 걸려” 회의론 

정부, 4차 접종 50대 이상 확대 방안 검토
시민들 “또 맞아야 하나” “하위 변이에 효과 적다던데”
전문가 “4차 접종, 중증 고위험군 대상으로 해야”

기사승인 2022-07-13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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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접종’ 확대 가닥… 시민들 “맞아도 걸려” 회의론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정부가 4차 접종 대상 확대를 고심 중이다. 중증 환자를 줄이려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속출하며 ‘기존 백신 회의론’이 팽배해진 점이 접종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7360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11일(4만3908명) 이후 62일만에 가장 많은 수다. 지난 6일부터 일주일간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만9363명→1만8505명→1만9323명→2만286명→2만410명→1만2693명→3만7360명이다.

1주일 단위로 확진자가 2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자 지난 1월 말 오미크론 대유행 패턴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며 확진자 수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방역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부활 같은 고강도의 대책 보다는 백신 접종 대상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60세 이상 고위험군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4차 접종을 50대 이상으로 넓히고, 적극 접종 권고 대상을 80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0대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해도 접종률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4차 백신접종 대상인 60세 이상 접종률이 31%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적극 권고 대상인 80세 이상에서도 50%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오미크론 세부 변이 BA.5에 대해 백신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BA.5는 백신 면역 회피 능력이 있어 백신을 접종해도 재감염을 피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BA.5는 단순히 바이러스 특성만 놓고 봤을 때는 면역 회피 정도가 기존 변이보다 더 높기 때문에 재감염 가능 사례들의 발생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민들 사이에선 ‘맞아도 걸린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았다. ‘백신 패스’ 같은 유인책이 없기 때문에 접종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접종 대상 확대가 유력한 50대에서도 백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모(55)씨는 “굳이 또 맞아야 하나”라고 한숨을 쉬며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효과가 없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맞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모(53)씨도 “강제한다면 맞아야겠지만 권고 수준이라면 맞지 않겠다”며 “3차 백신을 맞고 팔이 아파서 반차를 내야했다. 유급 백신휴가를 주지 않는다면 4차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50대 이하에서도 백신 회의론이 만만치 않았다. 안모(21)씨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다면 굳이 맞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모(28)씨도 “유급 백신휴가를 준다면 고려해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모(46)씨는 “강제가 아니라면 맞지 않겠다. 3차 백신까지 맞았는데도 코로나19에 걸렸는데, 후유증을 견디면서 접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변모(27)씨는 “감염되더라도 치명적이지 않을 것 같다”면서 “백신을 안 맞고 걸리는 편이 더 낫다”고 했다.

반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모(22)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모임이 많아져서 불안했다. 백신이라도 맞아야 좀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모(31)씨는 “백신 부작용이 있었지만 맞으라고 하면 맞을 것”이라면서 “현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불신이 있어 백신이라도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4차 접종보단 중증 진행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쿠키뉴스에 “예방접종은 감염 예방보다는 중증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라며 “4차 접종의 주된 대상은 60세 이상, 면역저하자와 같이 중증 고위험군이 돼야 한다. 그 외의 경우는 원하는 분들에게 4차 접종 기회는 제공하는 수준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국민 4차 접종이야 말로 과학적이지 않은 방역”이라며 “백신 접종보단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확진자에게 치료제를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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