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없어” “창의적”… 변호사가 본 ‘우영우’ [‘우영우’ 신드롬①]

기사승인 2022-07-20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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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없어” “창의적”… 변호사가 본 ‘우영우’ [‘우영우’ 신드롬①]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성장 이야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0%대(닐슨코리아 기준)에서 출발한 시청률은 10% 돌파 직전이다. 넷플릭스를 타고 아시아권에서도 인기다. ‘우영우’는 우영우(박은빈)의 성장기인 동시에 잘 만든 법정드라마다. 현직 변호사 사이에서도 ‘우영우’는 화제다. 차장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오킴스 최창호 파트너 변호사,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김용직 대표 변호사와 ‘우영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영우’, 드라마적 허용은 있지만…”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으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취직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 아버지 후배이자 국내 굴지의 로펌 한바다 대표 한선영(백지원)의 도움을 받아, 그의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을 시작한다. 작은 방도 배정돼 명패도 달았다. 사수는 파트너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동료로는 최수연(하윤경)과 권민우(주종혁) 변호사가 있다. 우영우의 업무 지원은 송무팀 이준호(강태오)가 맡는다. 사건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사건을 수임하는 식이다.

드라마 속 우영우의 변호사 생활은 현실과 사뭇 다르다. 최 변호사는 “요즘 세상엔 ‘낙하산’이 있을 수 없다”면서 “업무 강도도 큰 차이가 있다. 극 중 한바다 정도의 법무법인이면 20시간 이상은 족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 변호사에게 변론을 시키는 일은 거의 없단다. 송무팀 직원 역시 현장에 동행하지 않는다. 최 변호사는 “대형 로펌일수록 숙련된 변호사가 변론을 맡는다. 송무팀 직원이 변호사와 동행하거나 서면을 대신 쓰는 것도 실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와 현실은 꽤 차이가 있다”면서도 “너무 현실적이면 재미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낙하산 없어” “창의적”… 변호사가 본 ‘우영우’ [‘우영우’ 신드롬①]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기발한 사건 해결법 눈에 띄어… 아이디어 돋보였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매회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 다른 변호사가 놓친 부분을 짚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어려운 사건을 풀어간다. 1회에 나온 할머니의 치매 남편 살인미수 사건에선 할머니의 생계를 고려해 살인미수 혐의가 아닌 상해죄로 방향을 틀었다. 2회에서 의뢰인이 막대한 손해배상액을 원하자 손해 3분설이 아닌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로 접근해 해답을 찾았다. 토지 보상금을 두고 부당한 증여 각서를 강요, 삼 형제 간 다툼이 생긴 4회에서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활용해 증여 계약 해제를 이끌어냈다. 시청자들은 우영우가 보여주는 문제 해결 방식에 열광했다.

현업에 종사하는 변호사는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봤다. 최 변호사는 “배우자가 상속을 받아야 하는 사정을 보고 민법 1004조를 떠올린 것과 형제간 증여계약을 해제하는 에피소드가 좋았다”면서 “경험과 관행에 따라 관성적으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새로운 발상으로 접근해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행보를 흥미롭게 볼 만하다”고 호평했다. 이어 “손해배상 에피소드는 우연에 기대 실마리를 잡은 것이라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를 가미해 해결점을 찾은 게 인상적”이라면서 “작가가 여러 판례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잘 만든 게 느껴진다. 새롭고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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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희망 주는 ‘우영우’, 이래서 인기구나 싶어”

우영우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변호사로서의 사명감을 익힌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과 지는 것, 그 사이에 진실과 사회 정의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스스로 깨닫는다. 장애를 탓하며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자책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믿고 지지하는 동료의 소중함을 느끼고, 좋은 변호사로 한 발짝씩 나아간다.

변호사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법정드라마 ‘우영우’를 긍정적으로 봤다. 최 변호사는 “법정드라마로서 만듦새가 좋은 작품”이라면서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민법과 형법을 통달해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희열을 느끼게 한다. 뭔가 깨달았을 때 고래가 나와 분위기를 환기하는 장면도 인생의 난국을 헤쳐 가는 것처럼 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자폐 자녀를 둔 법조인인 김 변호사는 ‘우영우’가 장애에 신중히 접근한 걸 높이 평했다. 김 변호사는 “자폐성 장애 특징을 잘 잡아 담백하게 그려낸 점이 좋았다”며 “관심 있게 시청 중이다”고 말했다.

“살면서 느껴야 할 부분을 짚어주는 드라마라 생각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루며 조심스럽게 만든 게 느껴졌습니다. 장애의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용직 변호사)

“앞으로도 꿈과 희망을 주는 드라마로 남길 바랍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인간 승리를 거두는 우영우의 이야기를 응원합니다.” (최창호 변호사)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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