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병원 벗어나 일상에 가까워지나

집에서 쓰는 의료AI 기기 등장…정밀한 건강관리·맞춤형 치료 가능
건강검진 접목으로 조기진단과 조기치료율 높여
“병원 의존 아닌 환자가 주체인 의료서비스가 되도록”

기사승인 2022-08-12 06: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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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AI, 병원 벗어나 일상에 가까워지나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민 일상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의료 AI란 건강정보를 모아둔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기능을 강화하고 편리하게 만든 서비스를 말한다. 사람의 눈과 경험으로만 판단하기 힘들었던 질병의 진단을 정확하고 빠르게 발견하거나, 24시간 붙어서 관찰할 수 없는 환자의 상태를 멀리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의료기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허가 받은 AI 의료기기는 총 110개다. 아직 허가 신청 중이거나 개발 중인 제품들까지 따지면 셀 수 없이 많은 의료 AI 제품이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의료 AI 기술에 대한 국민 이해도는 낮다. 의료 AI 기술이 일상에 어떤 이점을 주는 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산업 초기 단계인 만큼, 의료 AI 홍보와 정보 제공은 사용 당사자인 의료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 업계는 의료 AI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병원에서든, 집에서든 느낄 수 있는 의료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취지다.

뷰노는 지난 3일 개인용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 ‘하티브 프로(Hativ Pro)’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심전도를 측정하고 기록, 저장, 전송할 수 있다. 모바일 앱과 연동해 측정값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심장질환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의료 AI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일반 심전도 기기와 다르다. 이는 스마트워치가 비정상적인 맥박이나 심장박동 시 알려주는 알람과 다르다. 부정맥, 심근경색 등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쌓여진 정확한 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위험을 예측, 알려준다.

뷰노 관계자는 “소비자(대중)들이 일상과 가정에서도 AI 의료기기를 활용해 건강관리 및 만성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생체신호, 의료 AI 사업을 통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고 예방적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뇌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개인 맞춤형 경두개 직류자극 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뉴로핏도 비슷한 사례다. 신경조절치료는 환자마다 다른 뇌신경 자극이 필요하다. AI 기술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자극 부위를 탐지, 집중 치료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이는 향후 의사 처방하에 환자가 집에서 직접 신경조절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AI를 통해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하는 솔루션을 계획하고 있다. 루닛의 의료 AI 소프트웨어는 의료진이 질병을 진단할 때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유방암 경우 조영술 결과에서 유방 조직의 밀도에 따라 종양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AI가 의심부위를 분석해 암 세포 가능성을 수치로 표현해 보여준다. 

루닛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가 만들고 있는 AI 진단 소프트웨어가 건강검진에 적용된다면 혹시라도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부분까지 잡아낼 수 있다. 특히 ‘건강검진해도 질환 발견 못 한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암의 조기 진단 및 치료율도 증가시킬 수 있다.

루닛 관계자는 “폐암, 유방암 등은 조기 진단 여부가 치료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의료 AI는 조기 진단율을 높여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18%에서 73%로,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65%에서 최대 9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이러한 의료 AI는 장기적으로 볼 때, 환자의 의료비용, 지역적 의료 접근성 한계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동맥류, 폐결절 AI 진단 솔루션을 준비하는 딥노이드 관계자는 “의료 AI가 의료진만 갖고 있던 전문 지식 테두리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병원 마다 다른 판단 기준간 격차를 의료 AI 진단소프트웨어로 좁힐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 AI는 의사 부족·상급종합병원 쏠림·3분 진료·지역의료 공백 등 의료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면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