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막기 위해 먹는 ‘아스피린’ A to Z

기사승인 2022-08-22 09: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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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은 암으로 가장 많이 사망한다. 그 다음으로는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이다. 특히 심혈관질환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고위험군이라면 예방에 힘쓰고, 병력이 있다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는 혈전(피떡) 생성을 막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있다. 아스피린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약이지만, 심혈관질환을 막겠다고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나상훈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올바른 아스피린 복용 방법과 주의사항을 들어봤다.

혈전 막기 위해 먹는 ‘아스피린’ A to Z
나상훈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나상훈 교수

하루 100mg씩 먹으면 ‘혈전 예방 효과’ 기대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먹으면 심장이나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에 혈전(피떡)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항혈소판 효과’를 볼 수 있다. 혈전이 생기려면 응고 작용과 혈소판 응집 과정이 필요한데, 저용량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을 막는다. 

1897년 아스피린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해소하고, 열을 떨어뜨리는 진통·소염·해열제로 사용했다. 그러다 1970~1980년대 들어 심혈관질환 예방에 사용됐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아스피린은 하루 100mg 정도 쓴다. 진통·소염·해열제로 사용할 때 500mg를 하루 3~4번 복용하는 것보다 적은 용량이어서 ‘저용량 아스피린’이라고 부른다.

언제부터 먹어야 할까

심혈관질환 예방은 일차예방과 이차예방으로 나눈다. 일차예방은 아직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이 있을 때 미리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 이차예방은 심혈관 합병증이 생긴 이후 재발을 막는 것이다. 이차예방, 즉 재발방지 효과를 위해서는 심혈관질환이 발생한 후 바로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한다. 일차예방이 목적이라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높은 환자만 복용하면 된다.

누가 먹어야 할까…60세 이상이면 무조건 금기?

60세 이상이라면 일차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새롭게 복용하는 걸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나 교수는 “예전부터 특별한 부작용 없이 일차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꾸준히 먹어온 환자라면 중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이미 심혈관질환을 겪었다면 60세 이상일지라도 아스피린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런 환자들은 출혈이 생겨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도 지혈이 되면 최대한 빠르게 다시 복용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전문단체는 10년 후 주요심장사건(협심증, 심근경색, 사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15~20% 이상인 40~60(70)세라면 일차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 사용을 권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45세, 여자 55세 이상이고 △가족 중에 조기 관상동맥 질환(남자 55세 이전, 여자 65세 이전)을 겪은 사람이 있고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흡연, 비만 등 주요위험인자가 3개 이상에 속하는 고위험군에서 일차예방 목적의 저용량 아스피린 사용을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위궤양이 있거나 위장관 출혈 병력이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혈전 막기 위해 먹는 ‘아스피린’ A to Z
바이엘코리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겪은 환자라면 복용 어떻게

심혈관 질환을 경험했다면 연령이나 출혈위험과 상관없이 아스피린 사용을 권고한다. 같은 이차예방이라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 후 1~3개월 이내인지, 1년 이내인지, 1년 이상인지에 따라 처방은 달라질 수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아스피린을 포함한 이중 항혈소판제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아스피린 대신 다른 항혈소판제제 한 가지를 쓰기도 한다.

먹다가 중단하면

저용량 아스피린을 먹다가 중단하면 며칠 안에 심혈관계 합병증인 심근경색, 뇌졸중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하던 저용량 아스피린을 끊자마자 심혈관 합병증이 증가하는 현상을 ‘아스피린 리바운드 현상’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약 60만명을 역학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을 중단하는 경우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30% 정도 높아졌다. 특히 다시 복용하지 않았을 땐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은 상태가 계속된다.

복용을 꼭 중단해야 할 때가 있나

저용량 아스피린은 항혈소판효과가 있어 복용 중 출혈이 발생하면 지혈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수술할 때 지혈이 잘 안 될 수 있다. 현재 출혈이 있거나, 출혈 위험이 높은 수술·시술을 하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서 통상 1주일 이내의 기간 동안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