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대기부터"…코로나19에 바뀐 車 구매 문화

기사승인 2022-10-19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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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폭스바겐 매장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직장인 김 씨(35세)는 5년간 탔던 자가용을 팔고 신차를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차량을 살펴보기 위해 대리점은 찾은 김 씨는 인기 차종의 경우 2024년에나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빨리 대기부터 걸어두라라는 차량 판매원의 성화에 김 씨는 각 트림별로 몇 대의 차량을 급하게 차량 대기를 걸어뒀다.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구매 문화가 바뀌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차량을 받기까지 최대 30개월이 걸리는 가운데 자동차업체들은 기존에 제공되던 할인 혜택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출고 대기가 필요 없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일 자동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가 고객 계약정보에 근거해 국산차 출고시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신차 출고까지 최대 3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평균 출고 기간이 4주∼11개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전보다 대기기간이 최대 19개월 늘어났다.

특히 이 같은 출고 지연은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현대차의 인기 세단 아반떼 1.6과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은 1년 새 대기기간이 각각 6개월(4개월→10개월), 3∼4개월(3∼4개월→7개월) 길어졌다. 지난해 10월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의 예상 인도 기간은 각각 4개월, 4∼5주, 9∼10주, 6개월이었지만 이번 달에는 24개월, 7개월, 10개월, 24개월로 크게 늘었다. 1년 늦게 계약하면 차를 받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0개월을 더 기다려야한다.

이처럼 대기가 길어지면서 신차 구매시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도 줄어들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할인 혜택을 받는 대신 조금이라도 빨리 차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이 씨(40세)는 "최근 차량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차량을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며 "올해까지 개소세 인하 혜택도 제공되기 때문에 딜러 할인은 받기 보다는 차량 대기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출고 지연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할인 등을 통해 고객을 유도하는 할인 등의 마케팅 전략이 의미가 없게 됐다"며 "신차가 부족한데 굳이 할인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중고차시장 양극화 심화

중고차 시장의 경우 신차급 중고차와 연료효율이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전체적인 중고차 거래량은 줄고 있지만 신규 등록 2년 이하 신차급 중고차와 친환경 자동차 시세는 신차 출고시세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올 1월부터 8월까지 플랫폼 내 판매 데이터와 2020~2022년식 신차급 중고차 판매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판매량 중 신차급 중고차의 판매 비중은 1월 12.9%에서 3월 15.5%, 5월 17.9%, 8월 20.1%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 신차 대기 장기화, 언제 해소될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차량 수요가 아직 해소되지 못한 것이 출고 지연 심화의 원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차질의 주원인이었던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요가 생산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신차 출고가 정상화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