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 김창동 “제우스-두두-라스칼 잡고 증명해야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2-11 1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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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 김창동 “제우스-두두-라스칼 잡고 증명해야죠” [쿠키인터뷰] 
9일 서울 영등포구 담원 기아 사옥에서 만난 '칸나' 김창동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문대찬 기자

‘칸나’ 김창동은 자신을 증명하는 것에 목말라있다. 지난해 농심 레드포스에 입단하면서 스스로를 증명해보이겠다고 말한 그는, 올해 11월 담원 기아로 이적하면서도 같은 말을 되뇌었다. 

2020년 T1에 혜성 같이 등장해 ‘로열로더’에 등극한 그는, 2021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에 오르며 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농심에서 뛴 올해는 바닥을 친 팀 성적과 함께 평가가 다소 절하됐다. 김창동은 담원 기아 소속으로 보낼 2023년을, 자신을 증명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제우스’ 최우제(T1), ‘도란’ 최현준(젠지e스포츠), ‘라스칼’ 김광희(DRX) 등 내로라하는 탑 라이너가 즐비한 상황에서 자신을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9일 서울 영등포구 담원 기아 사옥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에게서 2022시즌을 보내는 소회,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할 2023시즌 전망 등을 들어봤다. 

오랜 만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이번 시즌이 빨리 끝나서 롤드컵도 간간이 보고 다른 게임도 하면서 매우 긴 리프레쉬를 했다. 주로 ‘발로란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예전부터 FPS(1인칭 슈팅게임)를 즐겨서 남들보다 빨리 깨우친다. 웬만한 일반인 보다는 잘하는 편이다. ‘불멸’ 티어를 찍고 접었다. 처음엔 정말 재미있었는데 하다보니까 조금 물리더라. 돌고 돌아 롤이라고, 롤은 항상 재밌다(웃음). 짬을 내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일본의 오사카를 갔다 왔는데 재미있었다.

유독 긴 비시즌이었다. 이전과는 기분도 달랐나?

시즌 중에는 오랫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런데 막상 한 달 가까이 쉬다 보면 마음이 편치는 않다. 남들이 경기하는 걸 지켜보는 입장이 되지 않나.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공허한 느낌도 받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경기가 더 이상 없으니까 아쉽기도 하고 슬픈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번 롤드컵 결승(DRX vs T1)에 LCK 밖에 안 남지 않았나. 내전이어서 재미있었다. 또 DRX가 드라마를 써서 보면서도 울컥하더라. 그리고 아무래도 T1에 친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그들이 느낄 감정들을 잘 안다. 감정 이입을 좀 해서 (류)민석이가 우는 걸 보고 슬펐다.

농심에서 보낸 칸나의 올해는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핑계 아닌 핑계지만 코로나가 적잖은 악영향을 미쳤다곤 생각한다. 다만 성적이 좋았던 초반에도 스크림 내용은 좋지 못했다. 좋지 않은 상황이 혹여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적을 잘 내진 못했을 것 같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건 변함이 없을 것 같단 생각이다. 

다른 선수들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세세하게 말은 못하겠지만 무엇이 부족한지는 저희 선수들이 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숙제를 풀어보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올해의 실패에서 배운 것도 있나?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게 좋았다. ‘고스트(장용준)’ 형이라든지, ‘비디디(곽보성)’, ‘드레드(이진혁)’, ‘에포트(이상호)’ 등 한 번 더 친해질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T1에서 뛰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 처음으로 롤드컵도 가보고 플레이오프도 매번 진출해봤다. 밑바닥을 찍는 감정은 못 느껴봤다. 처음 느껴 본 감정이어서 비로소 실패의 아픔을 알았다.

그래도 내 스스로를 깎아내리진 않았다. 안 좋은 상황에서 더욱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쉽긴 했어도 ‘나는 잘하고 있다’고 되뇌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내년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담원 기아로 왔다. 어떤 점에 끌렸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내게 컨택을 해준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다른 팀도 만나보긴 했는데 담원에서 제시한 조건들이 너무 좋았다. 선수들도 다 잘하는 선수들이라 오게 됐다. 

선수들과 잘 지내는 것 같더라, 표정이 좋다.

(김)형규부터 말하자면 오자마자 서로 메이플스토리 얘기를 했다. 선수들이 제법 메이플스토리를 많이 한다. 어느 팀에 누가 하고 있는지 정도는 다들 알고 있다. 형규랑은 과거에도 메이플과 관련해 사적인 대화를 나누곤 했다. 형규가 ‘쇼메이커(허수)와는 친해지기 어렵다고 귀띔해주더라. 지금은 친한 것 같기는 한데 초반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더라.(김)혁규 형은 워낙 잘 챙겨준다. 이전에도 한 두 번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친해지면 경기력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웃음). 

허수는 어렵다고 전해 들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 많이 얘길 해보진 않았지만 앞으로 친해지면 될 것 같다. 아참, 누가 말하길 허수는 약간 인싸(사교성이 좋은)인 척 하는 아싸(다소 내성적인)라고 하더라.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소릴 들었다.

제일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옆자리에 있는 (김)건부다. 건부가 조금 이상하다. 방송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옆자리에 있으면 혼잣말을 너무 많이 한다(웃음). 외계어도 많이 쓴다. 말이 안 통하는 자기 할 말만 열심히 해서 대화를 조금 나눴다. 숨겨진 ‘광기’가 있는 선수다.

잘하는 선수들과 친해지면 좋다고 생각한다. 또 그걸 떠나 모든 선수들과 유대감을 쌓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팀을 옮기게 됐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칸나’ 김창동 “제우스-두두-라스칼 잡고 증명해야죠” [쿠키인터뷰] 
2022년 농심 레드포스에서 활약한 김창동.   쿠키뉴스 DB

한 번쯤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생각한 선수가 있나?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은 먹는다. 예를 들어 정글러엔 ‘오너(문현준)’, ‘피넛(한왕호)’, ‘클리드(김태민)’, ‘캐니언(김건부)’ 등 잘하는 선수들이 있지 않나. 프로라면 한 번쯤은 다 저 선수들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스크림을 해보니 담원 기아의 첫 느낌은 어떤가?

아직 게임을 많이 해보진 못했다. 3일 정도 3게임을 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저녁에 스크림(연습경기)이 취소가 됐다. 그래도 챔피언 폭이 다들 넓어서 밴픽에 제한이 없고 잘한다. 많이 해보진 않아서 충분히 동료들에 대해 파악하진 못했지만 느낌은 좋다. 

많은 선수들이 담원 기아를 경계 대상으로 꼽는다. 담원 기아의 강점은 무엇인가?

당연히 중심이 되는 ‘캐니언’과 ‘쇼메이커’ 때문이다. S급 선수들이지 않나. 어떤 선수가 합류해도 이 둘이 중심을 잡고 있으니 강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담원 기아가 경계하는 팀은 어디인가?

아무래도 T1이다. 롤드컵 결승을 간 멤버들이 그대로다. 다음 시즌도 너무 잘할 것 같다. 궁금하고도 재미있을 것 같은 팀은 한화생명e스포츠다. 완전히 멤버가 싹 바뀌었지 않나. 탑-미드가 롤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고, ‘바이퍼(박도현)’ 선수도 중국에서 넘어어왔다. ‘클리드’ 선수도 합류해 매우 재미있는 팀이 됐단 생각이다. 덕분에 내년 LCK가 너무 재미있어졌다. 

덧붙여서, 농심은 까 봐야 된다는 생각이다. 이번 결정을 ‘실패’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좋게 봐주는 분들도 계시는데 명분은 있다. 챌린저스 코리아 우승을 했다는 명분. 광동도 콜업 위주로 로스터를 꾸렸지 않나. 장기간으로 보면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좋게 본다. 우승 경험이 있는 팀이고 명분도 있기 때문에 최선의 결정이었던 것 같다. 

다음 시즌 1대 1을 고대하는 탑 라이너는 누구인가?

‘제우스’ 선수가 제일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정말 많다. 광동으로 간 ‘두두’가 저기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하다. ‘도란’, ‘라스칼’ 선수도 너무 탄탄하다. 내년에는 거를 타선이 없다.

담원 기아에서 칸나가 수행해야 될 롤(role)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메타는 서머 때와 달라진 게 없다. 패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무색무취다. 롤드컵 결승전에서 ‘아트록스’가 날뛰긴 했다지만 요즘엔 다시 탱커가 보인다. 당장 솔로랭크만 봐도 아래쪽에서만 싸움이 일어난다. 그 부분이 안타깝지만, 탑이 더 날뛸 수 있는 메타가 오게 되면 자신있다. 탑 게임을 많이 해봤다. 탱도 잘하고 딜도 잘하는 탑 라이너가 되고 싶다. 

다른 얘기를 해보겠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증명’이다.

커리어도 중요하고, 내가 잘하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 데뷔한 뒤 롤드컵 4강을 갔다가 올해 성적이 좋지 못해서 바닥을 쳤다. 평가가 들쑥날쑥이다. 리그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나. 그건 내게도 기회다. 내년에 내가 잘해야, 내 앞날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다음 시즌 나를 보여준다면 그게 정말 의미 있는 증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로열로더를 거쳐 담원 기아에 오기까지, 칸나라는 선수는 어떻게 변한 것 같나

인간적으로는 변한 게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았던 것 같다. 신인 티를 많이 벗긴 했다. 처음엔 많이 떨고 자신감도 없었다. 롤드컵에 출전했을 때, 농심에 있을 땐 내가 뭘 더 해보려고도 많이 시도했다. 콜도 강하게, 많이 하는 선수가 된 것 같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칸나는 어떤 선수일 거라고 예상하나?

다른 분들한테 다른 선수들의 평가가 어떤지는 대충 들을 수 있다. 내 평가를 남에게 듣기는 힘든 편이다. 또 들은 적도 없다. 그래서 감이 잡히진 않는다. 

다만 이번에 ‘네 평가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너무 불안해하지는 않아도 돼’라는 말을 들었다. 스토브리그가 펼쳐지면 선수들이 많이 불안해하지 않나. 팀을 못 구할 수도 있고 좋은 팀을 가지 못하거나, 계약이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불안감을 많이 지워냈다. 

일전엔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종국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생각해 보면 ‘칸(김동하)’ 선수가 멋있게 은퇴를 한 것 같다. 끝까지 성공을 하고 은퇴했다. 나 역시 우승도 많이 하고, 다른 팀에서 무서워하고 경계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담원 기아에 오게 됐지만, 앞선 팀들에서 나를 응원해준 많은 팬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단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담원 팬분들도 내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셨으면 좋겠다.
칸나 "담원 기아가 강한 이유는.한화생명은 재미있는 팀" ☝ "들쑥날쑥한 평가, 이번이 날 증명할 기회" |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