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강원도 생활숙박시설 ‘마이너스피’ 속출

기사승인 2023-01-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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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강원도 생활숙박시설 ‘마이너스피’ 속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한 사진.   쿠키뉴스 DB.


코로나19로 강원도에 관광객이 몰리며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가 우후죽순 건설되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세컨드하우스 수요와 다주택자 규제 회피 수단으로 인기를 누렸으나 고금리와 공급과잉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속초, 양양 등 인기를 끌었던 생활형숙박시설이 무피(프리미엄(premium)이 없이 그대로 매매)‧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 대비 낮은 가격) 매물이 쌓이는 등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단기 또는 중장기 숙박시설을 의미하며 전입신고를 해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주거 대체제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건축물 용도 상 숙박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주택으로 사용되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이 세컨드하우스 등의 임대 운영으로 인기를 끌자 정부가 2021년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규제에도 강원도는 인허가 물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공급이 증가했다.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강원도에서 인허가를 받은 생활형숙박시설은 총 273곳으로 조사됐다. 2021년 한 해 동안 인허가를 얻은 시설이 80곳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2018년~2021년 직전 4년(263곳)보다도 8개월간 인허가를 받은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며 숙박시설에 손님이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강원도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강원도 관광객은 1억3172만8073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억928만6930명) 대비 21% 늘었다.

실제 지난해 1~8월 인허가를 받은 167곳 중 134곳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됐던 알펜시아리조트 인근에 몰렸다. 평창은 겨울 시 즌 스키를 타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또 매 여름 서핑의 성지라 불리는 양양군도 같은 기간 31곳이 인허가를 받았다. 이는 2021년 한 해(16곳)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서핑·캠핑 명소인 동호해변이 있는 동호리 일대로 인허가가 몰렸다.

고금리에 마이너스 프리미엄 1000만원에도 거래 절벽

이처럼 규제에도 성행하던 강원도 생활숙박시설은 고금리 앞에 무너졌다. 지난해 5월까지 1%대를 유지하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 3.25%를 찍은 뒤 이달 13일 3.5%까지 올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8%를 돌파하며 수분양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생활숙박시설의 마피와 무피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달 입주를 앞둔 속초아이파크스위트는 대부분 무피이거나 마이너스피 최소 300만원부터 최고 1600만원에 내놓았다. 오는 7월 입주 예정인 양양 서프리조트제이디도 대부분 1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지만 일부 무피와 1000만원 마이너스피도 찾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마이너스피에도 거래가 안 된다는 게 상인 설명이다. 속초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금리 인상과 주거용으로 사용이 불가하자 마피와 무피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계약금을 낸 상태에서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현재 100세대가 분양하면 절반 정도 분양이 되는 수준이다”며 “마이너스피로 내놓아도 금리가 높아서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2~3년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입 모아

전문가들은 향후 강원도 생활숙박시설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양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시행사에서 생활형숙박시설 건립을 위해 텃파기를 마친 상태에서 땅을 내놓고 있다”며 “수익이 보장 안돼 공사를 중단 시킨 것”이라 말했다. 이어 “향후 2~3년 정도는 생활형숙박시설 침체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생활숙박시설 같은 경우 수익률로 경쟁을 해야 하기에 금리 인상 시기에는 조금 힘들게 갈 수밖에 없다”며 “또 공급가도 많이 올랐으나 임대료, 숙박료를 같이 올리기는 쉽지 않아 금리 인상과 맞물려 어려워진 것이다”고 진단했다.

권 팀장은 “규제 강화 등으로 거품이 걷히는 측면도 있고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며 “공급 조절과 금리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공급된 것들이 있고 그 물건들이 소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마이너스 피 같은 물량이 정리된 이후 안정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2~3년의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분양가 통제를 막다 보니 건설사에서 우후죽순 지었고 비싼 편인데도 주거시장이 과열되며 유동성 유입이 있었던 것이다”며 “단기적으로는 시세차익이 발생했으나 과열기가 지나며 거품이 꺼지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도의 경우 비규제지역으로 특수효과도 많이 누렸는데 규제지역이 대폭 완화되며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며 “올해는 어렵고 내년에도 수요가 살아난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주거 시장이 살아나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비아파트 유형이 살아나려면 그 다음이다”며 “생활숙박시설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아파트 하락기가 멈춰야 하고 또 한참 뒤다”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