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공간도 없이 20년이 흘렀다

192명 사망한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
유가족 “사고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원해“

기사승인 2023-02-18 14: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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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간도 없이 20년이 흘렀다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화재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참사 기억 공간에서 유족이 희생자에게 전할 말을 쪽지에 적고 있다. 연합뉴스
192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가 20주기를 맞았다.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화재 참사 유족을 비롯해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세월호 참사 유족 등 3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를 기렸다.

이날 추도사를 낭독한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는 “20년 세월이 덧없이 흘렀다. 세상은 우리에게 슬픔을 삼키라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참사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단 각오를 다시 다지겠다”고 말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유가족이 원하는 사고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대구 중앙로역 추모의 벽에서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칭)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는 대구지하철참사, 세월호 참사, 인현동 화재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태안 해병대 사설캠프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삼풍백화점 참사, 씨랜드 참사 등 피해자 유족들이 모인 단체다.

추모공간도 없이 20년이 흘렀다
대구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맞이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사고 당시 대학원생이던 딸 윤지은 씨를 잃은 아버지 윤근씨가 참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단체는 “‘대구지하철참사’, ‘2·18’이라는 명칭도 추모공간과 추모탑, 공식행사명에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대구지하철참사를 지워내는 추모사업이 아니라 참사를 우리 삶 곁에 두고 꺼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불연재 소재를 사용한 지하철로 바뀌었듯이 재난 참사 이후 밝혀진 진실이 사회 제도와 정책 변화로 이어져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지난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을 지나던 전동차에서 발생했다. 신변을 비관한 50대 남성이 역내에서 방화를 저질러 총 12량의 지하철 객차가 불에 탔다. 이 사고로 192명의 승객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