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로 이어진 아파트 주차난, 해법 없나 [알기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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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3-03-09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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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로 이어진 아파트 주차난, 해법 없나 [알기쉬운 경제]
연합뉴스

인천 모 신축 아파트가 입주민 주차비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집이 일정 평수 이상이면 주차비를 물지 않고, 집이 그보다 좁으면 주차비를 무는 주차장 운영 규정 동의서 때문입니다. 동의서에는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가구당 주차 대수에 따른 주차비를 산정한 표가 포함됐는데, 그 표엔 전용면적 59㎡ 이상인 세대는 차량 1대당 주차료가 무료지만, 36㎡와 44㎡ 세대는 월 주차비로 1대당 각각 1만6000원과 9000원 상당 요금이 책정돼있었습니다. 주차가능 대수도 다른데요. 전용면적 59㎡ 이상인 세대는 최대 2대까지 주차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평수는 차량 2대부터 주차가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입주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심합니다. 공간이 한정적이니 지분율을 근거로 주차비를 책정하는 게 옳다, 특정 평수로 구분 짓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대한민국 운전자라면 누구나 주차 문제를 겪습니다. 아파트 주차난은 신·구축, 도시와 지방을 막론하고 심각한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입니다. 가구당 주차장 보유 대수는 계속 느는데, 주차장으로 확보하는 공간은 부족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507만 대로 직전 분기 대비 0.6%(15만9000대) 증가했습니다. 인구 2.06명 당 차량을 한 대씩 보유한 셈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아파트 거주비율이 높다보니 주차난에서 주차비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만 겁니다.

신축 아파트를 기준으로 수요 기반을 따질 때 보통 30평형 아파트면 차량 2대, 20평 이하는 1대에서 1.2대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적은 평형 거주자도 차량을 가지고 있고 2대 이상 가진 가구도 많습니다. 심지어 3대 이상인 가구도 높게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럴 땐 주차비를 높게 받는 식으로 커버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기존 아파트입니다. 주차장을 새로 짓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계식 주차장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호불호가 심합니다.

아파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초 등장한 제도가 분리분양제입니다. 아파트와 주차장을 분리해서 분양하는 겁니다. 차가 있으면 주차장을 같이 사고, 차가 없으면 집만 사는 제도입니다. 가장 형평에 맞아 보이나 도입되지 못했습니다.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여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게 결론입니다. 차량 구매 시 규제를 받는 중국이나 싱가포르에서는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주차난을 해결하려면 결국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쉽진 않아 보입니다. 주차장은 또 사적영역인 만큼 함부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입주민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해보입니다. 여기에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직면한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됩니다. 주차난 실태를 파악하고, 자치규약이 우수한 지역은 인증을 해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식입니다. 박경아 한국국토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본부장은 “새로운 마켓 형성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합니다. 넘치는 수요를 받아줄 수 있는 공급(주차장) 확대를 장려하고, 이를 위한 세제지원이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기존 주차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과소분비를 따져서 주차 요금을 많이 물리거나 사용빈도가 적은 차량은 주차를 불허하는 겁니다. 실제 상업용 차량이나 캠핑카 등 주차장을 장기간 점유하는 차량은 입차 금지하는 사례가 외국에 존재합니다. 일본이 도입한 ‘차고지증명제’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합니다. 차고지증명제는 주차공간을 확보한 운전자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제도입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