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걱정 반 ‘노마스크’ 어버이날 맞은 요양병원들

기사승인 2023-05-08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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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걱정 반 ‘노마스크’ 어버이날 맞은 요양병원들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 장애인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접촉 면회가 허용된 지난해 10월 4일 경기도 부천시 가은병원에서 한 입소자 가족이 면회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어버이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만명 이상 쏟아지고 엠폭스(원숭이 두창), 독감까지 기승을 부려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요양병원들이 환자의 안전과 행복을 모두 지켜내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요양병원 중 어버이날을 맞아 환자와 가족, 병원 직원들이 함께하는 행사를 마련한 곳이 적지 않다. 부천 가은병원은 이날 카네이션과 선물 전달, 웃음치료 레크레이션, 가족 액자 만들기를 아울러 진행하고, 울산 이손요양병원은 세족식 등을 한다고 전했다.

행사를 마련한 요양병원들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걱정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요양병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돼 ‘집단 감염 진앙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아픈 기억이 있다.

안전 위해 추가 접종 등 권고…긴장 속 행사 진행

“코로나19 감염 현황을 보면 여전히 60세 이상 고령 확진자의 비율이 높아요. 신규 확진자 10명 중 3명은 고령층에서 나온다고 하죠.”

어버이날 가족들을 맞는 요양병원들의 손길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시설 전반은 물론 구비 물품 하나하나 위생에 더 신경 썼다. 병원 입장에서 환자의 외출이나 가족 초청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가장 큰 기쁨은 역시나 ‘가족’이었다. 환자를 위한 시간을 만들자는 결론에 병원 직원들 모두 뜻을 모았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은 지난 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회 분위기는 마치 코로나19가 끝난 느낌인데 요양병원은 그렇지 않다”며 “입원환자와 종사자들은 아직 마스크를 쓰고 지내며 코로나19와 사투 중”이라고 했다. 

이어 “어버이날을 맞아 면회, 외출, 외박이 더 많이 예정되면서 환자들이 들떠있다”며 “외부로부터 감염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백신 추가 접종을 하고 외출, 외박을 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요양병원 직원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힘을 실어주던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줄어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늘 크다”고 토로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다른 요양병원들도 마찬가지다. 가은병원의 경우 병원 내에서 확진자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평석 가은병원장은 “환자 외출, 외박이 걱정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며 “식사하거나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감염될 수 있으니 마스크를 쓰고 면회만 이뤄지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감염병 유행 대응 요양병원 역할 연구돼야”

요양병원들은 감염병으로부터 환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감염예방관리료 수가 신설 외에도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 수가 신설안’을 심의 의결했다. 적용은 오는 7월부터다. 요양병원 감염관리료는 1등급 2180원, 2등급 1320원, 3등급 790원으로 책정됐다.

손 원장은 “요양병원에는 고위험군이 대다수라 손이 더 많이 가는데 급성기병원 수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정부가 이해하고 지원을 강화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기 원장은 “요양병원도 적절한 제도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고위험 감염병 환자를 못 볼 이유는 없다”면서 “요양병원이 각 특성에 맞게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때다”라고 피력했다.

정부는 감염 방지를 위해 기본적인 위생수칙 준수 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감염에 취약한 시설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인 치료제 투약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에게도 일상 방역수칙 준수, 백신 접종 등에 대한 안내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