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횟수 제한’ 없을까 [쿡룰]

尹, 양곡법·간호법 거부권 행사…결국 폐기
국회 입법권 남용 막기 위해 거부권 보장
정부 수립 이후 거부권 행사 68회

기사승인 2023-06-06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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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대통령 거부권, ‘횟수 제한’ 없을까 [쿡룰]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윤석열 대통령, ‘간호법’ 거부권 행사”

최근 뉴스를 뜨겁게 달군 이슈, 바로 ‘거부권’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 제53조의 2항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이나 결의의 성립을 저지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다른 말로 ‘재의요구권’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은 이 거부권을 가집니다.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인데요. 거부권에 횟수 제한은 없는 건지,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법률안은 국회에서 만듭니다. 국회는 법률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한 뒤 정부에 법률 공포를 요청하게 돼 있습니다. 대통령은 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해당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돌려보내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부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면 법률로 확정됩니다. 국회 입법권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은 허들’을 마련한 것이죠.

1948년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는 지금까지 68차례 있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43회, 박정희·노태우 전 대통령이 7회, 노무현 전 대통령이 6회를 행사했습니다. 이외의 대통령들은 1~2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정도였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부권 행사가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6차례였습니다.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은 거부권 13건을 행사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3건이었습니다. 13건은 집권 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던 시기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이 어떤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몇 회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잘 조율하는 게 중요한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민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지난달 16일 간호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약 1년 동안 2건의 거부권이 행사됐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음은 ‘방송법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마구잡이식’ 입법을 저지할 수 있는 거부권이지만 남용되면 국회의 입법권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거부권 행사 횟수에 제한이 없는 만큼 특별한 경우, 또 여러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할 것입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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