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날 구했다” 하이브 앞은 ‘아미 성지’ [열 번째 봄날]

기사승인 2023-06-13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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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10년 전 “내가 누군지 좀 알아봐 미리”라고 랩을 하던 일곱 소년이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할 줄, 자신들조차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룹 방탄소년단이 13일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누군가에겐 기적 같은 시간, 다른 누군가에겐 피 땀 눈물로 채운 시간, 또 누군가에겐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봄날”(노래 ‘봄날’ 가사)을 맞은 시간으로 기억될 지난 10년을 쿠키뉴스가 다시 짚어봤다. <편집자 주>


“BTS가 날 구했다” 하이브 앞은 ‘아미 성지’ [열 번째 봄날]
BTS 페스타를 앞두고 팬들을 위한 광고 문구를 고민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 유튜브 캡처

“그거 어때요. 하이브 사옥에다가 궁서체로 ‘아미한테 잘하자’ 일곱 글자만 붙여놓는 거야.”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제안하자 멤버들이 일제히 호응했다. 제이홉은 “아이디어 뱅크”라며 감탄했고, 슈가는 한술 더 떠 “위에서부터 (세로로) 아.미.한.테.잘.하.자(라고 적자)”고 거들었다. 지난 9일 유튜브에 공개된 ‘아포방포 10’ 프로젝트 영상에서 BTS멤버들은 하이브 옥외 광고에 쓸 문구를 정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미가 방탄(소년단)이다” “BTS의 시작과 끝은 아미” 같은 광고문이 칠판을 빼곡히 채웠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일곱 청년이 광고 문구를 두고 머리를 쥐어짠 이유는 따로 있다. 13일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팬들에게 ‘광고 역조공’을 하려는 것. 매년 데뷔 기념일 전후로 BTS 페스타를 열던 방탄소년단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행사 규모를 한층 키웠다. 소속사 하이브와 서울시는 세빛섬, 남산서울타워, 시청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 주요 랜드마크에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 조명을 켠다. 오는 17일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불꽃쇼 등이 포함된 메인 행사를 연다. RM도 이 자리에 참석해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BTS가 날 구했다” 하이브 앞은 ‘아미 성지’ [열 번째 봄날]
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 곳곳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BTS가 내 삶을 구했다” 아미 이야기 들어보니

데뷔 기념일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한강로3가 하이브 앞에선 일찍부터 축제가 벌어졌다. 한국은 물론, 이웃한 일본과 중국, 멀게는 호주와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아미(BTS 팬덤)가 모여든 덕이다. 일본에서 일하는 김보라(30대)씨는 “당당히 직장에 휴가를 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씨는 “BTS가 이 자리까지 잘 왔구나,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BTS는 본업을 잘하고 누구보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좋다”며 “축하 카페 등 여러 기념 장소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일본에서 온 카나(22)도 2박3일 일정으로 BTS 페스타를 즐기는 중이었다. 카나는 “BTS 음악은 CD보다 라이브로 들을 때 더 마음에 와닿는다. 호소력이 크고, 다른 가수에게선 느끼기 어려운 감동을 준다”며 미소 지었다.

아미들은 공통적으로 “BTS를 알고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루시(45)도 그중 한 명이다. K팝을 좋아하는 딸의 영향으로 아미가 됐다는 루시는 “BTS는 언제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한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늘 겸손해서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 루시는 BTS 덕분에 24명의 친구도 만났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아미 그룹이다. 루시는 “지난해 10월 호주 아미 25명이 다 함께 BTS 부산 공연을 봤다.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BTS가 날 구했다” 하이브 앞은 ‘아미 성지’ [열 번째 봄날]
일본에서 온 이시이 시오리가 BTS 노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촬영=이은호 기자

프랑스 아미 소냐(20대)는 “BTS는 내 목숨을 살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살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BTS 음악을 접하고 기운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소냐는 “BTS 10주년을 축하하러 이곳에 올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BTS 음악은 특히 가사가 좋다. 감정을 건드리고, 메시지가 강력하다”고 했다. 함께 서울에 온 다니악(20대)도 “이 순간이 꿈만 같다”며 감격에 젖었다. BTS 음악 중 ‘매직샵’(Magic Shop)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지칠 때 이 곡을 들으면 힘이 솟아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아미 헬다(26)를 BTS로 이끈 곡 역시 ‘매직샵’이라고 한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헬다는 “BTS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하고 감동”이라며 “그들의 음악이 내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하이브 옆 벤치에선 일본 아미인 시오리(46)가 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BTS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에 맞춰 춤을 췄다. 시오리는 지난 9일 한국에 와 10~11일 열린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본 뒤, 이날 하이브에서 10주년을 축하하는 것으로 ‘BTS 투어’를 마칠 예정이라고 했다. 시오리는 “BTS 춤은 매우 격렬하면서도 멤버 각각의 개성이 돋보인다”고 칭찬했다.

“BTS가 날 구했다” 하이브 앞은 ‘아미 성지’ [열 번째 봄날]
BTS. 위버스 캡처

‘군백기’ 후 BTS는…“방탄노년단” 약속

BTS는 멤버 진·제이홉이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입대하면서 완전체 활동에 쉼표를 찍었다. 그 사이 제이홉·진·RM·지민·슈가는 솔로음반을 냈고, 막내인 정국과 뷔도 개인 활동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전날 공식 트위터에 공개한 메시지에서 “아미가 있어 내 삶이 행복하다”며 “방탄노년단까지 함께 하자”고 미래를 약속했다. 군 복무 중인 제이홉은 따로 자필편지를 남겨 “6월13일에 여러분은 어떤 감정일지 궁금하다. 늘 그래왔듯 그동안의 추억을 상기하며 행복하게 보내자. (중략) 어떤 날이건 어김없이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엔 멤버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도 공개됐다. 신곡 ‘테이크 투’(Take Two)다. 멤버들은 이 곡에 ‘앞으로도 행복하자’는 바람을 녹였다. 이 곡은 발매 직후 92개 국가/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정상에 올랐고, 미국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일본 오리콘 싱글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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