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방탄소년단다운 음악을 찾아서 [열 번째 봄날]

기사승인 2023-06-14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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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방탄소년단다운 음악을 찾아서 [열 번째 봄날]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그룹 방탄소년단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자체 콘텐츠? 멤버들의 성장 과정을 토대로 구성한 세계관? SNS를 활용한 글로벌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전문가들은 ‘결국 음악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음악이 없이는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없었다 설명이다. 쿠키뉴스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에게 물었다. “방탄소년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노래는 무엇일까요?”


가장 방탄소년단다운 음악을 찾아서 [열 번째 봄날]
방탄소년단 ‘아이돌’ 뮤직비디오. 빅히트뮤직 유튜브 캡처

‘아이돌’(IDOL) - 방탄소년단은 항상 방탄소년단이었기에


아이돌이냐, 아티스트냐. 음악 시장에 아이돌이란 개념이 등장했을 때부터 이와 같은 논쟁은 여러 가수를 성가시게 했다. 얄팍한 이분법의 저의에는 대개 아이돌은 아티스트보다 열등하다는 관념이 있다. 아이돌은 아이돌일 뿐, ‘진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란 의미다. 특히 두드러지는 성과를 거둔 아이돌 가수일수록 이러한 갑론을박에 시달렸다.

방탄소년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차트에 진입했던 ‘DNA’, 이윽고 톱10의 고지에 올랐던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거치며 빌보드 차트에서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자 이들에게도 같은 잣대가 놓였다. 도대체 아이돌이면 어떻고 아티스트면 어떤가. 아니, 애초에 그 둘이 뭐가 그렇게 다르단 말인가.

‘아이돌’은 무의미한 구분법에 목매는 이들을 향한 일갈이었다. 일곱 청년은 자신들을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며 “넌 너나 잘하셔”를 외쳤다. 특유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자부심을 표현한 이들에게선 승자의 여유가 넘쳐흘렀다. 방탄소년단은 항상 방탄소년단이었기에, 그런 낡은 기준점 따위에 연연할 그들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유쾌하면서도 단단한 메시지를 가진, 과연 방탄소년단다운 노래였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가장 방탄소년단다운 음악을 찾아서 [열 번째 봄날]
방탄소년단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 뮤직비디오. 빅히트뮤직 유튜브 캡처

‘마이크 드롭’(MIC DROP) - 악받친 성공의 다짐, 미국 시장에 BTS를 각인하다

“미안해 빌보드/ 미안해 월드와이드(Worldwide)/ 아들이 너무 잘나가서. 미안해 엄마!”

2017년 5월 21일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며 미국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방탄소년단은 4개월 후 9월18일 다섯 번째 미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를 발표하며 신속한 세계 정복에 나섰다. 타이틀곡 ‘DNA’는 빌보드 핫 100 차트 67위까지 오르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미국에 방탄소년단을 각인한 노래는 앨범의 일곱 번째 수록곡 ‘마이크 드롭’이었다.

2017년 11월 27일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로 미국 TV 쇼에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마이크 드롭’ 무대를 펼쳤다. 긴장하거나 당황한 티는 없었다. 더 많은 트로피, 더 화려한 무대, 더 거대한 성공을 갈망하는 멤버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온 힘을 다해 거친 ‘칼군무’를 추고 악에 받쳐 노래했다. 무대를 본 이들은 BTS 알파벳 세 글자를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방탄소년단은 항상 마음을 다했다. RM, 제이홉, 슈가로 구성된 랩 라인 멤버들을 중심으로 젊은 동 세대가 품고 있는 마음의 이야기를 거짓 없이 음악으로 풀어냈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항상 최선 그 이상을 다했다. 연습실과 작업실에 ‘쩔어’서 ‘불타오르네’를 외치며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긍정과 화해의 ‘러브 유어셀프’에 다다르기까지 방탄소년단의 주제 의식은 열악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뛰어넘어 보란 듯 성공하고 말겠다는 거칠고 솔직한 욕망이었다.

있는 힘껏 모든 것을 무대 위에서 토해낸 후 초연히 마이크를 떨어트리고 승리를 만끽하는 방탄소년단의 자신감이 ‘마이크 드롭’에 진하게 농축돼 있다. DJ 스티브 아오키와 래퍼 디자이너가 참여한 리믹스 버전은 빌보드 핫 100 차트 28위에 올랐으며 10주간 빌보드 핫 100 차트인을 기록했다. ‘다이너마이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방탄소년단의 최고 기록이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10년 전 “내가 누군지 좀 알아봐 미리”라고 랩을 하던 일곱 소년이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할 줄, 자신들조차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룹 방탄소년단이 13일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누군가에겐 기적 같은 시간, 다른 누군가에겐 피 땀 눈물로 채운 시간, 또 누군가에겐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봄날”(노래 ‘봄날’ 가사)을 맞은 시간으로 기억될 지난 10년을 쿠키뉴스가 다시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