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발로란트’로 물들다

최근 일본 내에서 발로란트 인기 급성장
‘2023 발로란트 마스터스 도쿄’ 결승전 열린 마쿠하리 멧세에 8000명 관중 입장

기사승인 2023-06-26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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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발로란트’로 물들다
사진=김찬홍 기자

일본이 최근 1인칭 슈팅 게임(FPS) ‘발로란트’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일본 내에서 발로란트의 인기는 2022년을 기점으로 메인 스트림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4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22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스테이지1 마스터스 레이바이크’에서 제타 디비전이 3위를 거두면서, 일본 내 발로란트 인기는 급상승했다.

이는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 ‘2023 발로란트 마스터스 도쿄’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발로란트 마스터스 도쿄는 올해 리그가 개편된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지역별 상위권 팀들이 모여서 자웅을 가리는 대회다. ‘리그오브레전드(LoL)’에 빗대면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과 흡사하다.

그룹 스테이지부터 패자조 3라운드까지 진행된 팁스타 돔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약 2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팁스타 톰에는 매일 1000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관중들은 매번 환호했다.

일본, ‘발로란트’로 물들다
가이힌 마쿠하리역에 전시된 대회 홍보 배너.   사진=김찬홍 기자

팁스타 톰의 열기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23일까지 일정을 마친 뒤 25일과 26일에는 일본 내에서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마쿠하리 멧세로 장소를 옮겼다. 마쿠하리 멧세는 도쿄 빅 사이트에 이어 일본에서 2번째로 큰 전시장이다.

마쿠하리 멧세 인근부터 발로란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발로란트와 관련된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경기장 근처에 있는 역인 가이힌 마쿠하리역에 도착하니 홍보하는 배너와 광고가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팬들은 배너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가이힌 마쿠하리역에서 약 10분 떨어진 마쿠하리 멧세에 도착하니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팬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경기장 외부에서는 게임 속 요원으로 변장한 코스 플레이어들과 사진을 찍는 팬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본, ‘발로란트’로 물들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사진=김찬홍 기자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에 따르면 결승 진출전이 열린 24일에는 7000명이 넘게 경기장을 찾았으며, 결승전 당일인 25일에는 8000석 전석 매진됐다. 경기장서 5분 정도 떨어진 조조 마린 스타디움에서 일본프로야구(NPB) 인기 구단인 지바 롯데의 홈경기 3연전이 열린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지바 롯데의 평균 관중은 2만명 수준이다.

특히 일본 팀들이 지역 대회인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퍼시픽’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음에도 현장 팬들이 꾸준했던 부분은 일본 내에서 최근 발로란트의 위상이 급상승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기장에는 일본인들 외에도 결승전을 장식한 이블 지니어스(EG)와 프나틱의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팬들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일본의 뜨거운 열기에 선수단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프나틱의 ‘보스터’ 제이크 하울렛은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또 이기고 싶었는데 이번에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고, EG의 ‘부스티오’ 켈든 푸펠로도 “여기서의 경험이 너무 즐거웠고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경기를 즐기는 팬들도 상당수였다. e스포츠 시청자 통계 분석 사이트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결승전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총 약 83만명(중국 제외)이 즐겼다. 이 중 일본어 중계 채널(트위치, 유튜브)의 동시 접속자는 한 때 약 9만명을 넘기도 했다.

결승전 개최에 앞서 한국 매체들을 만난 오상헌 라이엇 게임즈 아시아·태평양(APAC) e스포츠 총괄은 “일본의 인기 팀인 제타 디비전이 국제 무대에서 성적을 거두고, 일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일본 내 커뮤니티에 잘 전달됐다. (제타 게이밍의 선전이) 일본 국영 방송에 뉴스에 나올 만큼 큰 이슈가 된 것이 더해지며 발로란트의 새로운 성지로 거듭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시장 규모가 2배로 뛰어오를 만큼 e스포츠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다. 발로란트의 경우 전체 시정자 수나, 유저 수 대비 시청자 수가 퍼시픽 지역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면서 “일본의 열기가 뛰어난 만큼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만나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적에 적합해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일본, ‘발로란트’로 물들다
우승컵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프나틱 선수단.   사진=김찬홍 기자

한편 2023 발로란트 마스터스 도쿄에서는 유럽의 맹주 프나틱이 EG를 3대 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상금 35만 달러(약 4억6000만원)의 상금을 손에 얻었다. 지난 2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 록//인’에서도 우승했던 이들은 국제무대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발로란트 국제 대회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처럼 한 해의 최강 팀을 가리는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가 오는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다. 마스터스에 출전한 팀들은 모두 챔피언스에 자동으로 직행한다. 각 지역(퍼시픽, 아메리카스, EMA)별로 챔피언스에 참가할 추가팀을 뽑기 위해 선발전을 7월 중 진행한다.

지바(일본)=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