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LH 발주 아파트 무더기 적발…전관특혜 논란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 철근 누락
원희룡 장관 “부끄러운 일…무거운 책임감”
경실련, 감사원에 청구서 제출…“LH 전관특혜 실태 조사”

기사승인 2023-07-31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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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빠진 LH 발주 아파트 무더기 적발…전관특혜 논란
인천 검단신도시 공공주택 지하주차장 붕괴 현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중 보강철근이 누락된 단지가 무더기 적발됐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기점으로 LH가 발주한 전국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발주 단지 중 준공된 단지는 38개(38%), 공사 중인 단지는 56개(62%)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로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검단신도시 사례처럼 지하주차장을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15개 단지에서 보강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순살 아파트’ 5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다는 점이다. LH는 5개 입주 단지 중 1개 단지를 보완 공사 중이며, 4개 단지는 정밀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입주 전인 10개 단지 보완 공사도 마무리하겠다는 게 LH 방침이다.

전날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주재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매우 무겁고 국민께 사죄해야 하는 주제로 회의를 소집했다”며 “주민들이 직접 살고 계신 아파트에서 생활의 가장 기초인 먹는 물과 안전의 기본 중 기본인 시설물 안전 문제가 생긴 건 어떠한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것도 국민 신뢰를 받아야 할 LH 공기업이 지은 아파트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LH 감독 부처로서 공공주택에 대한 사업 감독을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저는 무거운 책임감을 직접 짊어지고 이런 문제들을 원칙대로 처리하고 한시도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처 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이한준 LH 사장도 “그동안 LH는 주택에 대해서 발주만 했지 관심이 없었다. LH 공사 사장으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LH는 모든 분야에 대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사죄했다.

이어 “앞으로 15개 단지에 대한 설계가 어디에서 발주됐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감리는 언제 발주됐고 감리 관여한 자는 누구인지, 시공업체들은 어떻게 선정하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모두 조사해 관련된 사람은 한 치 의혹 없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수조사 도화선이 된 인천 검단신도시 부실공사가 ‘전관특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늘(31일) 오전 감사원 앞에서 ‘검단신도시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조사 및 전관특혜 근절방안 제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가 과거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 용역 상당부분을 LH 전관 영입업체가 가져가고 있었다. 건설사업관리용역은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로 낙찰자를 결정하는데 낙찰에 직결되는 평가결과에 LH 내부위원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

경실련은 “검단신도시 공사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도 LH 전관 영입업체임을 확인하고서 충격을 받았다”라며 “경실련은 곧바로 전관특혜가 사고원인 중 하나로 의심된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애써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붕괴사고 원인이 설계·감리·시공 등 공사전반에 걸친 문제 때문이라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조사결과를 받아놓고도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관특혜 비난에 대해 지금까지 그 어떠한 실태조사나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비난했다.

경실련은 이날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주요 감사요청 내용은 △전관 영입업체 부실설계 봐주기 △전관 영입업체 부실감리 봐주기 △공공사업 전관 영입업체 밀어주기 등이다.

경실련은 건설공사 붕괴사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직접시공제 정착’도 강조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