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부터 한 잔, 밥 먹으며 한 잔…하이볼에 취한 2030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8-07 08: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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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한 잔, 밥 먹으며 한 잔…하이볼에 취한 2030 [쿠키청년기자단]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청년들의 음주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추세다. 사진=박주아 쿠키청년기자 

최근 MZ세대 술 문화 대세는 하이볼이다. 하이볼이란 위스키, 고급 소주 등 도수 높은 술에 음료를 섞어 마시는 주류다. 술과 음료를 섞었을 때 알코올의 쓴맛은 줄어든다. 어떤 걸 섞느냐에 따라 맛이 다양해지는 재미도 있다. ‘음료수 같은 맛’, ‘술 같지 않은 술’이라는 인식 속에, 청년들 사이 하이볼은 유행을 넘어 대세로 자리 잡는 추세다.

주류업계는 특히 이러한 유행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여러 맛의 향료를 더해 다양한 하이볼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혼술&홈술을 즐기는 청년들이 이들의 주요 대상이다. 외식업계에서도 하이볼은 효자상품이다. 대학가나 연남동, 성수동 등 청년들이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 지역에서는 하이볼을 팔지 않는 술집을 찾기 어렵다. 하이볼을 파는 밥집들도 많아졌다. 점심부터 반주로 하이볼을 판매한다.

화장품 등의 상품을 취급하는 드럭 스토어에서도 하이볼 제품을 팔고 있다. 취재 중 기자가 방문한 한 드럭 스토어 매장에서는 음료 판매대 한편에서 하이볼을 팔고 있었다.

하이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은 어떨까. 서울 용산구 삼각지의 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저녁 식사 중이던 20대 직장인 진경아(25·여)씨는 반주로 하이볼을 곁들이고 있었다. 진씨는 “예전엔 그냥 물을 마시거나 콜라를 시켰는데 최근엔 하이볼을 자주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주나 맥주보다 술맛이나 술 냄새가 강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퇴근길, 편의점에서 1만 원에 4캔 주류를 자주 구매한다는 20대 직장인 구다혜(28·여)씨는 과거 맥주를 주로 샀다면, 최근엔 하이볼을 즐겨 구매한다고 답했다. 구씨 역시 “맛이 다양하고, 술이라기보다 음료수를 마시는 느낌이라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선호한다”라고 답했다.

청년들의 생각과는 달리 ‘하이볼 = 술 같지 않은 술’이라는 인식은 착각에 가깝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하이볼 제품 중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제품은 4.5도였다. 보통 4도의 알코올 함유한 맥주보다 높았다. 또 다른 하이볼 제품은 9.5도의 알코올 도수를 표시하고 있기도 했다.

다른 문제도 있다. 하이볼은 대개 단 음료를 섞기 때문에, 당분이 고스란히 술에 섞여 칼로리가 높다. 알코올 자체의 열량에, 술에 섞는 음료의 열량까지 더해져 고열량의 술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하이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쉽게 술에 의존하는 청년이 늘어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술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마실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셈이다. 지난해 세계심장연맹(WHF)은 심장 건강과 관련해 ‘어떤 수준의 알코올도 안전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송동주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건강한 술은 없다”면서 “하이볼을 음료수 정도로 바라보는 청년들의 인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주아 쿠키청년기자 londonjamong@naver.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