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 주범이라고? 은행은 억울합니다 [알기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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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3-08-23 06: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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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 주범이라고? 은행은 억울합니다 [알기쉬운 경제]
쿠키뉴스DB.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매달 집계되는 통계를 보면 역대 최대치를 꾸준히 갱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통계치를 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는 불과 1개월 사이 6조원이 증가한 수치죠. 또한 4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같은 추세를 달갑게 여기고 있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 꾸준히 연체율이 상승하고, 한계차주(3개월 이상 연체한 고정이하여신을 보유한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등 금융권 리스크를 넘어 국가적인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최근들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행동과 함께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을 ‘시중은행’에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통계치만 보면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는 듯 합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5조6000억원 늘었는데, 은행권의 경우 6조원이 늘어났습니다. 제2금융권에서는 되려 주담대 잔액이 4000억원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증가로 인해 전체 주담대 잔액이 늘어난 것이죠.

50년 만기 주담대의 수요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하에서 원리금 상환비율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 입장에서는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며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죠. 은행 입장에서도 만기가 늘어날수록 이득이 많습니다. 월 상환액이 줄어들더라도 상환기간이 길어지면 총 상환금에서 차지하는 이자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지적에 대해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당한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죠.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생 금융을 강조하면서 올해 초 대출금리 인하 및 활성화를 요구하고, 하반기에는 입장을 바꿔 대출을 줄이라고 하고 있다”며 “주담대의 활성화는 최근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의 영향이 더 크지 않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 내내 상승하고 있습니다.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년 뒤 집값 상승 심리를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은 107로 전월대비 5p 올랐습니다. 전국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격도 상승 반전하는 등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DSR 규제 예외 적용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해 온 영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자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담대가 허용됐고, 무주택자 주담대 비율(LTV)은 50%로 일원화됐죠.

여기에 특례보금자리론의 출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50년 만기 주담대 ‘첫 시작’이라고도 불리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1분기 출시 이후 8월 기준 약 30조원이 넘게 시중에 풀린 상황이죠.

여러 가지 뒷 사정들이 있었지만, 결국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이 9월까지 판매하고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린데 이어 경남은행이 오는 28일부터 50년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은행들도 나이 제한을 두는 등 상품 취급에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Sh수협은행은 이달 말부터 34세 이하 조건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대구은행도 34세 이하 제한을 참고해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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