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IT·금융 경계...무시 받던 ‘핀테크’의 성장

2014년 이후 핀테크 기업 4배 규모로 증가
카카오뱅크, 네이버페이 등 거대 핀테크 등장
기존 금융사들, IT기업과 손잡고 변화 대응
금융당국, '이제는 해외로 나가야 할 때'

기사승인 2023-08-30 0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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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IT·금융 경계...무시 받던 ‘핀테크’의 성장
카카오뱅크는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IT와 금융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

“핀테크라는 새로운 트렌드 속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
(2014년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

9년 전 성장의 기회로 평가되던 핀테크(FinTech)가 금융산업을 집어 삼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으며, 은행의 여수신 창구가 빅테크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기존 금융사들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IT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변신을 꾀하는 등 핀테크는 금융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30일 한국핀테크지원센터에 따르면 2014년 정부가 핀테크 육성을 선언한 이후 국내 핀테크 기업수는 4배 규모로 증가했다. 2014년 131개에 불과했던 핀테크 기업은 2021년 553개로 늘어났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는 금융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되면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의 융합을 통해 등장한 산업 및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인에이블러(기존 금융 프론티어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고도화하는 기술)가 224개사로 전체의 40.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급결제 121개 사(21.9%), 자금중개 및 자산거래 87개 사(15.7%), 자산관리 53개 사(9.6%), 인슈어테크 30개 사(5.1%), 기타 B2C 서비스 28개 사(5.1%), 디지털자산 7개 사(1.3%) 순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거대 핀테크 기업도 등장했다. 2015년 당국의 예비인가를 받고 2017년 7월 27일 정식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기준 가입자 수가 2174만명에 달한다. 코스피에 상장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1조 8000억원(29일 장중)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로 평가되는 하나·우리금융지주를 넘어서고 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가입자 수도 각각 900만명, 700만명을 돌파해 인터넷전문은행 가입자만 4000만명을 넘어선다.

지급결제 시장에서 핀테크의 위상은 더 높다. 카카오페이의 2021년 기준 가입자 수는 3700만명에 달한다. 뒤이어 네이버페이는 3500만명, 토스는 2100만명, 페이코는 1100만명으로 4개 회사의 가입자 수만 1억명을 웃돌고 있다. 핀테크 산업의 성장으로 해당 산업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도 2만명을 돌파했다.

핀테크는 기존 금융사들의 영업 채널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금융과 IT의 결합을 통해 ‘비교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예전에는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가능했던 예적금 가입부터 대출까지 플랫폼을 통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 플랫폼까지 등장한 상황. 대환대출 플랫폼의 경우 5월말 출시돼 두 달 만에 1조원을 넘어서는 대환 실적을 보였다.

기존 금융사들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기업의 체질 변화에 나섰으며 IT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에브리웨어 뱅크·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라는 목표를 세우고 IT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변화를 모색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IPTV 점유율 1위인 KT와도 손잡고 TV를 통해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빠른 성장을 보여온 국내 핀테크 산업은 이제 해외진출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정부도 핀테크의 해외진출을 적극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핀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는 핀테크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정책과제”라며 핀테크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핀테크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큰 성장을 보인 핀테크 시장은 최근 고금리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성장이 한풀 꺾인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나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M&A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국내 핀테크 산업의 현주소와 최신 핀테크 서비스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글로벌 핀테크 박람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3’가 개최된다. 특히 이번행사에는 월드뱅크(W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국제금융공사(IFC) 등 다양한 국제기구가 참여해 △핀테크와 금융의 미래 △지속가능 개발과 핀테크를 주제로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와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시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