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이 ‘소용없어 거짓말’로 얻은 것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9-20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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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이 ‘소용없어 거짓말’로 얻은 것들 [쿠키인터뷰]
배우 김소현. 이음해시태그

요 근래 배우 김소현은 고민이 많았다. 안방극장에서 연달아 같은 장르 작품을 선뵀던 만큼 신선함이 절실했다. 생각에 잠긴 채 보낸 2년. 그 사이 김소현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tvN ‘소용없어 거짓말’에 출연키로 한 이유다. 촬영하며 그는 “(이 작품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단다. 실제로도 밝아진 자신을 느껴서다.

지난 13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현은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가 ‘소용없어 거짓말’에서 연기한 목솔희는 밝고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목솔희는 다른 이의 거짓말이 들리는 초능력을 이용해 ‘라이어 헌터’로 살아간다. 의뢰인들에게 자신이 탐지한 진실을 알려주는 식이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거짓말이 들리지 않는 김도하(황민현)를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운다. 도하와 함께 위기를 헤쳐가는 과정은 웃기면서 때론 섬뜩하게 담긴다. 김소현은 이번 작품으로 코믹한 캐릭터에 첫 도전했다. 그는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다”면서 “괜찮다는 평가를 접해 뿌듯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솔희는 당차다. 첫 회부터 억울한 상황에 몰린 도하를 비호하며 그를 힐난하는 군중에게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라고 일갈한다. 근거는 자신의 거짓말 감지 능력뿐이다. “대사가 유치하게 들릴까 걱정했다”고 말을 잇던 김소현은 “다행히 납득한다는 반응이 많아 안도했다”고 돌아봤다. 김소현은 솔희의 매력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극 중 로맨스 상대였던 황민현의 도움 역시 컸다. “뭘 하든 다 받아주는 유연함 덕에 호흡 맞추기 편했다”는 설명이다.

김소현이 ‘소용없어 거짓말’로 얻은 것들 [쿠키인터뷰]
‘소용없어 거짓말’에서 목솔희 역을 연기한 김소현. 이음해시태그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김소현에게 숨 쉴 구멍이 됐다. KBS2 ‘녹두전’·‘달이 뜨는 강’ 등 지상파에서 연이어 사극을 선뵀던 그는 분위기를 환기할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제게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극 외에는 딱히 없는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죠.” ‘소용없어 거짓말’ 이전에 먼저 촬영한 ‘우연일까?’ 역시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차분함을 벗고 생동감 넘치는 면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에서 이어진 선택이다. 김소현은 “못할 것 같은 역할이어도 도전하면 용기가 생긴다”며 “사람 김소현도 그렇게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지금의 김소현을 만든 작품은 여럿이다. 아역 시절 얼굴을 알리게 한 MBC ‘해를 품은 달’을 기점으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거쳐 KBS2 ‘후아유 - 학교 2015’로 입지를 다졌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3부작 드라마 KBS2 ‘페이지터너’를 꼽은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내성적인 원래 성격과 반대로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를 해보니 ‘해냈다’는 쾌감이 들더라고요. 나 자신과 다른 결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맛을 아니까 새로운 것을 향한 욕심이 생겼어요.” 

김소현이 ‘소용없어 거짓말’로 얻은 것들 [쿠키인터뷰]
‘소용없어 거짓말’에서 목솔희 역을 연기한 김소현. 이음해시태그

교복 입은 학생, 한복 입은 규수… 김소현은 자신을 대표하는 몇몇 이미지를 늘 깨고 싶었다고 한다. 주위에선 아역배우 출신이니 학생 역할은 이제 지양하자는 조언이 이어지곤 했다. 주입하듯 새겨진 관념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깨졌다. “선배님들이 그 나이에만 담을 수 있는 모습을 그때그때 남겨야 한다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제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리게 볼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보겠구나 싶었어요.” 깨달음을 얻자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이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나이에 맞춰 차근차근 나아가면 앞으로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김소현은 지금도 종종 tvN ‘싸우자 귀신아’ 현장을 떠올린다. “‘넌 어떻게 연기하고 싶냐’는 질문을 처음으로 받은 현장”이어서다. “늘 주어진 것만 해야 했던 아역에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는 배우가 된 걸 체감한 순간”이다. ‘배우는 걸 멈추는 순간 배우 인생은 끝난다’는 선배 배우 김응수의 조언 역시 자주 되새긴다. 이제는 ‘소용없어 거짓말’도 그의 소중한 동력으로 남았다. 김소현은 “이 일이 왜 좋은지 새삼 깨달은 현장”이라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열렬히 촬영한 기억이 앞으로 내게 큰 힘이 될 듯하다”며 웃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