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 다름없죠” 명절 연휴 ‘아찔한’ 응급실

추석 연휴 응급실 방문 건수 평소보다 2배 증가
‘불필요한 119 신고’·‘경증환자 이용’ 자제 당부
“연휴중 쉼없는 의료진, 가족·친구로 여겨줬으면”

기사승인 2023-09-29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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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 다름없죠” 명절 연휴 ‘아찔한’ 응급실
게티이미지뱅크


# 추석만 되면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환자가 올까’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추석 연휴 기간엔 평일에 비해 2~3배가량 환자가 많습니다. 제한된 인적·물리적 자원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면 ‘이런 것이 바로 재난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도 재난 같은 상황을 간호사, 응급구조사, 이송 요원,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원무과 직원, 경호 요원 분들과 함께 무사히 이겨내고 나면 뿌듯해집니다. (이원웅 성남시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시민들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응급실’이다. 해마다 추석 연휴만 되면 응급실은 비상이 걸린다. 필수인력만 유지해 운영하다 보니 평상시보다 진료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급한 처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위해 경증의 경우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당부가 나온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마다 응급실은 몸살을 앓는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추석 연휴 응급의료센터 내원 환자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9월9~12일) 동안 전국 응급의료센터 166개소를 방문했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이다. 하루 평균 약 2만3000명이 응급실을 찾았다. 평일(1만3000건)의 1.9배, 주말(1만6000건)의 1.5배에 달한다.

질환별로는 평소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 건수는 444건이었지만, 추석 연휴에는 707건으로 2.9배 늘었다. 감기는 평상시 280건에서 817건으로 증가했다. 이외에도 △과식으로 인한 장염, 위경련 등 소화기 증상 △타박상, 뇌진탕, 창상, 화상 등 외상 △과호흡, 불안감 같은 정신과적 스트레스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다. 주취자나 가정 내 불화로 감정이 격해져 제어가 안 되는 이들도 연휴 기간 응급실 공간을 차지한다. 이 기간 응급실 폭력, 난동 사고도 빈번하다. 

코로나19 앤데믹 전환과 6일간 이어지는 긴 연휴가 겹치며 올 추석도 응급실의 피로도가 오른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이 가장 취약한 시기가 명절 연휴라고 입을 모은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석 연휴를 보내며 며칠에 걸쳐 같은 음식을 먹게 될 수 있는데, 날이 더우면 음식이 빨리 상한다”며 “특히 조개나 생선 같은 어패류를 먹고 탈이 나 복통, 설사가 심해 응급실에 오는 사례가 많다.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고, 조리 뒤 오래 경과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호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급성 장염 같은 경증 질환은 가급적 연휴 중 운영하는 클리닉이나 작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과음 후 응급실을 찾는 경우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한 환자들을 위해 불필요한 119 신고를 피하고, 평소 복용하는 약을 잘 챙기길 당부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응급실은 응급 환자를 위해 항상 문을 열어두지만, 병원의 모든 부서가 휴일에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119 신고는 위급한 환자의 구급 처치를 지연시킨다”고 했다.

응급실 의료 인력을 배려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이어진다. 이원웅 성남시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 의료진들의 응대와 제한된 진료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라면서 “다소 부족하더라도 연휴 동안 쉬지 못하고 교대로 근무하는 의료진을 누군가의 가족, 친구라고 여기고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연휴 기간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 정보는 △응급의료 포털 △응급의료 정보제공 앱(E-Gen) △보건복지 콜센터(129) △구급상황 관리센터(119) △시·도 콜센터(120) 등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추석 연휴에는 평상시보다 응급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강을 더 잘 챙길 필요가 있다”며 “경증이라면 문을 연 가까운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을 이용해달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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