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라 더 설레는 ‘싱글 인 서울’ [쿡리뷰]

기사승인 2023-11-29 11: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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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라 더 설레는 ‘싱글 인 서울’ [쿡리뷰]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잘나가는 논술강사 영호(이동욱)는 화려한 솔로다.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호텔 같은 집에 거주하는 그는 카메라, LP판 수집이 취미다. 완벽해 보이는 그의 오랜 꿈은 바로 작가 되기. 영호에게 손을 내민 건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대학 후배 현진(임수정). 하지만 이들, 영 상성이 좋지 않다. 현진이 기획서에 ‘혼자여도 괜찮다’고 쓰면 영호가 이를 ‘혼자여서 괜찮다’고 고치라 하는 식이다. 가치관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책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29일 개봉한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은 과하지 않은 매력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다. 로맨스를 표방하지만 운명적인 사랑을 내세우지 않는다. 일로 얽힌 두 사람은 만남을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신경 쓰게 된다. 마음이 싹트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다루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싱글 인 서울’의 가장 큰 무기다.

영호는 “싱글인 나는 매일이 설레고 매일이 축제”라고 할 정도로 솔로예찬론자다. 지난 연애에 이리저리 치였던 그는 혼자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을 위해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구매하며 스스로와 연애하듯 산다. 반면 현진은 혼자이고 싶지 않다. 그의 지난 연애사는 그다지 밝지 않다. 연애 아닌 호구의 역사가 반복돼서다. 연애감정이 발현하기도 전에 홀로 헛다리를 짚고 한 술 더 뜨다 일을 그르친 적도 많다. 

현실적이라 더 설레는 ‘싱글 인 서울’ [쿡리뷰]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여타 로맨스 영화가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져 깨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싱글 인 서울’ 속 영호와 현진은 쉽사리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둘은 만날 때마다 성실히 일을 한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더 알아간다. 그러면서 관심이 싹트고, 자각하지 못한 새 마음이 쌓여간다. 이 같은 모습이 세세한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펼쳐진다. 상영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감과 동시에 설렘이 덩달아 싹튼다.

다방면에서 볼거리가 많은 영화다. 책을 만드는 과정이나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이 영상화보집처럼 펼쳐진다. 출판사 식구들의 합 좋은 연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관 스피커를 통해 듣는 김현철의 ‘오랜만에’나 악동뮤지션의 ‘오랜 날 오랜 밤’은 귀를 즐겁게 한다. 즐길 거리와 함께 이동욱과 임수정의 로맨스 감정을 듬뿍 담은 눈빛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편집장으로 변신한 임수정과 까칠한 듯 섬세한 캐릭터를 살리는 이동욱이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잘생기고 예쁜 두 주인공의 호흡을 보는 맛도 좋다.

간질간질 설레는 기류를 살리는 연출과 연기의 합이 뛰어나다. 두 주인공의 찰랑이던 감정이 조금씩 진전하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풋풋하다. 로맨스 장르 클리셰가 현실감과 만나니 재미가 배가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설렘이 가득해진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산뜻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싱글 인 서울’이 제격이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상영시간 역시 좋다. 눈살 찌푸릴 부분이나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든 로맨스 작품이 나왔다. 12세 이상 관람가. 106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