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헌기 “86세대 문법으론 MZ세대 이해 못 해” [쿡 청년정치]

“2030, 지지 철회 아닌 민주당 향한 전폭적 지지 자체가 없어”
“갈등 조율·새 합의 창출이 정치”

기사승인 2023-12-20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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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기 “86세대 문법으론 MZ세대 이해 못 해” [쿡 청년정치]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사진=임형택 기자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2030 젊은이들이 보수화됐다고 보는 당내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명 MZ세대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게 아니라 압도적지지 자체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 전 부대변인은 19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청년 세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민주당이 거듭 변화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에서 용퇴를 결단해야 하는 세력은 단순히 86세대 인물이 아니라 물리적 나이만 어린 청년 정치인들이라고도 강조했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은 전혀 ‘청년’답지 않다는 비판이 있지만, 하 전 부대변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스스로 청년으로 불리기보다 정치인 하헌기로 불리길 희망하는 그는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용기 있는 정치인이다.

윤석열 정권뿐 아니라 리더십을 발휘 못 하는 이재명 당 대표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으며, 이날 인터뷰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정치 및 선거제도 개혁은 이 대표가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와 통합하면서 낸 공약으로 전당대회에서 결의안까지 내고 약속했었다”며 “못 지키게 되면 그에 대한 설명과 해명이 있어야 하지만, 이 대표는 병립형 회귀만을 시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 잘 납득이 되도록 설득하는 게 리더십”이라며 “과연 지금 이 대표에게는 그런 리더십이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체재를 부정한 채 신당 창당을 꺼내 든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서도 ‘내로남불’식 태도라고 지적했다. 하 전 부대변인은 “이낙연 당 대표 시절 당헌을 개정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던 게 민주당 패배의 시작이었다”며 “이재명의 과욕을 비판하는 이가 많은데 그 이전에 당 대표 6개월하고 그만둔 이낙연 전 대표의 과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반성과 자기 평가서를 국민에게 제출하지 않고 그다음 정치적 스텝을 받는 것은 안 맞다”고 부연했다.

과거와 달리 2030 젊은 세대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단순히 보수화됐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86세대의 문법만으로는 청년 세대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민주화를 이룩하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청년 세대는 시간이 흘러 기성세대가 됐는데 아직 자신들의 생각이 맞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청년 세대는 태어나 민주당을 지지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지지를 철회했다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헌기 “86세대 문법으론 MZ세대 이해 못 해” [쿡 청년정치]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사진=임형택 기자

다음은 하 전 부대변인과의 일문 일답.

-다른 이들은 눈치만 본 ‘원칙과상식’ 토론회에 참가했다
▷눈치 보는 게 이상한 것이다. 보수 정당 인물들과 후쿠시마 공동대책위원회 만들어서 활동했을 때 아무도 문제 안 삼았다. 같은 당 행사에 참석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비정상이다. 계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화조차 못 하면 그게 민주 정당인가. 친명이 아니라고 두려워하는 상황도 이해가 안 된다.

-민주당이 혼란스럽다. 당의 문제점을 진단한다면
▷당이 정체됐다. 정책이고 세계관이고 재생산이 돼야 하는데 안 되고 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2030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착시다. 80년대생이 MB 때는 20대였지만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본다. 곧 20대가 되는 2000년대생들은 진보에서 이탈이 아니라 처음부터 민주당을 지지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많다. 새 세대를 포용하려면 그에 맞는 문법을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과거의 생각과 수준에 매몰되고 정체됐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최근 영화 ‘서울의봄’이 개봉하자 윤석열 정부를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비유해 단순히 끌어 내릴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치적 레토릭(rhetoric, 수사)이겠지만 2030세대가 볼 때는 황당할 것이다. 아무리 무능하다고 해도 국민 투표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은 것인데 자기반성은 없이 독재 정권이니 타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괴리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86 용퇴론이 맞다고 보나
▷아니다. 물리적 나이로 기준을 삼는 것은 안 맞다. 3선 이상의 중진, 86세대라고 해서 무조건 물러나라는 것은 틀렸다. 물리적 나이만 청년이고 생각은 구태의연한 이들도 많다. 청년정치, 중년 정치 따로 있다고 생각 안 한다. 신선한 정치를 청년 정치인들에게 주로 요구하는 게 가혹하긴 하지만 용기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할 말은 하자는 것이다. 

-하헌기 전 부대변인에게 정치란
▷갈등을 조율해 새로운 합의를 창출해내는 것이 정치다.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이를 조율해 새로운 합의를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느냐가 그 사회의 정치 수준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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