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도 뿔났다, ‘고거전’ 원작 홀대 진실공방

기사승인 2024-01-24 10: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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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도 뿔났다, ‘고거전’ 원작 홀대 진실공방
KBS2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포스터. KBS

원작 홀대 논란에 휩싸인 KBS2 ‘고려거란전쟁’을 두고 원작자와 제작진 사이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17~18회 방영분에서 시작됐다. 현종의 실책이 과하게 그려진 것에 더해 18회 말미 강감찬과 갈등하던 현종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타다 낙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담기며 시청자들에게 원성을 샀다. 이에 원작 소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는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양규 장군 전사(16회) 이후 원작 내용을 공개하며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가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 않으며 18회 속 현종의 낙마는 원작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작과 드라마 내용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두고 아쉬움 역시 드러냈다. 시청자들이 댓글로 드라마를 향한 실망감을 토로하자 길 작가는 “역사적 사실 숙지가 충분히 안 됐다고 본다”, “대하사극이 아니라 웹 소설 같았다”, “글 쓰는 사람은 딱 보면 아는데, 대본 작가가 일부러 원작을 피해 자기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 생각한다”, “드라마가 삼류에서 벗어나길 기원한다” 등 가시 돋친 의견을 남겼다.

시청자도 뿔났다, ‘고거전’ 원작 홀대 진실공방
현종(김동준)과 강감찬(최수종)의 갈등 장면. ‘고려거란전쟁’ 방송화면 

“‘고려거란전쟁’은 원작과 별개 작품” 제작진의 변

시청자 사이에서 드라마를 향한 반감이 깊어지자 제작진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홍보사를 통해 입장을 전하던 것을 넘어 기획과 제작을 총괄한 전우성 PD와 대본을 집필한 이정우 작가가 직접 입을 열었다.

전 PD는 23일 자신의 SNS에 “‘고려거란전쟁’은 리메이크나 일부분을 각색하는 형태의 계약이 아니”라면서 “서사보다 전투 장면 재현을 위해 길승수 작가와 원작 및 자문계약을 맺어 극 중 일부 전투 장면에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정우 작가가 대본 집필을 시작하던 시점에 길 작가는 자신의 소설과 이야기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 관련 자문을 거절했다”고도 전했다. 이 작가 역시  “‘고려거란전쟁’은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라면서 “1회부터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별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도 뿔났다, ‘고거전’ 원작 홀대 진실공방
문제가 된 현종의 낙마 사고 장면. ‘고려거란전쟁’ 방송화면
시청자도 뿔났다, ‘고거전’ 원작 홀대 진실공방
‘고려거란전쟁’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참여 게시판의 최근 글 목록. 홈페이지 화면 캡처

맞불 놓은 원작 작가… 시청자 반응도 ‘싸늘’

이들의 입장을 본 길 작가는 재차 반박에 나섰다. 같은 날 길 작가는 SNS에 “2022년 6월경 처음 작품에 참여했을 때 소설과 달리 ‘천추태후가 악당이 돼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 침공도 불러온다’는 방향성이 있었다”면서 “역사를 왜곡하면 SBS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만류)했지만 그 이야기가 원정왕후를 통해 어느 정도 살아남았다”고 꼬집었다.

길 작가는 또 “내가 자문을 거절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면서 제작진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대본 작가가 이 작가로 바뀐 뒤 자신을 보조 작가로 취급했다고 주장하던 길 작가는 “전 PD가 계약 내용을 수긍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난 ‘고려거란전쟁’이 어려운 내용이니 자문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전 PD가 다른 자문을 구하겠다고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태를 거짓으로 덮지 말고 역사 맥락을 살리지 못한 걸 사과한 후 앞으로 노력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고려거란전쟁’은 총 32회 중 20회까지 방송을 마쳤다. 다만 원작자과 제작진 갈등이 심화화며 작품을 향한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다수 시청자들은 원작자 주장에 힘을 실으며 드라마에 반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문제가 된 회차가 전파를 탄 이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참여 게시판에는 200건 넘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앞으로 12회 차를 남겨둔 ‘고려거란전쟁’ 향방이 주목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