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총선 공약 쏟아지지만…업계는 벌써 ‘공수표’ 걱정

- “반도체벨트 민심 잡아라” 여야, 반도체 관련 공약에 집중
- 업계서는 환영하면서도 실현 여부는 ‘미지수’라고 답해
- 반도체 소부장 및 중소·중견 기업 지원책 필요하다는 입장도

기사승인 2024-04-05 14: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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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총선 공약 쏟아지지만…업계는 벌써 ‘공수표’ 걱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을 방문해 손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총선에 나선 여야가 앞다퉈 반도체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업계에서는 환영 의사를 표했지만 실제 이행 여부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여야는 격전지로 꼽히는 ‘반도체벨트’ 민심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벨트는 반도체 대기업과 생산 시설 등이 밀집한 경기 남부권을 이르는 말이다. 수원과 화성, 용인, 평택 등이 포함됐다.

여야의 총선 공약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반도체 지원’이다. 경기 남부권 민심을 잡으면서 첨단산업 발전을 독려해 ‘경제 정당’ 이미지를 얻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집을 통해 “반도체산업에 혁신적 지원으로 세계 1등, 수출 강국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기 남부 일대에 추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시설투자에 대해 주요 경쟁국의 지원에 대응할 수준의 보조금 지급 추진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신속 지원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원활한 전력 공급 위한 전력망 적기 완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포함 차세대 기술 R&D 정책자금 대출 확대 △반도체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개정 등을 공약했다.

지역별 공약 중 경기도의 경우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조속 추진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위한 첨단 배후산업단지 조성 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으로 튼튼한 경제안보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 및 첨단패키징 지원 확대 △경기 판교 팹리스 기업 육성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일몰기한 추가 연장 △R&D 장비 및 중고장비 투자 세액공제 △첨단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팹 기반구축 사업 예타 통과 및 신속 지원 △산업계 맞춤형 인력 양성 등을 약속했다.

지역별 공약에서도 반도체 산업 육성이 언급됐다. 인천과 광주, 경기, 강원, 충북 등에서 반도체를 통한 지역 산업 활성화 공약을 제시했다. 

반도체 총선 공약 쏟아지지만…업계는 벌써 ‘공수표’ 걱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서는 관련 공약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공약 이행 여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반도체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반도체 지원 분위기가 형성되면 향후 업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공약 이행 여부는 어떤 후보자가 당선되는지 등에 달려있기에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반도체 중소기업 관계자는 “양당 모두 반도체 지원에 관심을 쏟는 것은 환영한다”면서 “반도체벨트 의석수가 늘어나니 갑자기 관심을 갖는 느낌도 든다. 어디서 그 많은 예산을 구해오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거대 양당의 공약은 어딘가 뜬구름 잡는 느낌”이라며 “차라리 개혁신당과 같은 작은 정당의 공약이 좀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성장을 위해 반도체 공약 실현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차세대 반도체 산업 선점을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 투하에 나섰다. 미국은 오는 2027년까지 75조원이 넘는 금액을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 지급한다. EU와 일본 역시 투자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약만큼의 지원이 있어야 국내 반도체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며 “여야가 반도체 관련 공약을 꼭 지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보다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표를 얻기 위한 ‘공수표’일 뿐 진짜 반도체 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공약이 아니라는 평가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며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만 있지 않다. 소부장 등 중소·중견기업의 종사자의 수도 어마어마하다”며 “반도체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 소부장 등 기초 산업을 더 키워줘야 외교분쟁 등의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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