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도생’은 왜 실패했나

기사승인 2024-04-16 14: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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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도생’은 왜 실패했나
최근 공매 매물로 나온 대치푸르지오발라드 단지 앞. 사진=송금종 기자 

서울 강남구 초역세권 도시형생활주택(도생)이 최근 공매 매물로 나왔다. 이 단지는 고금리 발 시장 침체 속에 고분양가로 수요자를 끌어 모으지 못했다. 아파트 대비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점도 분양 참패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 주거 안정 위해 도입…규제서 자유

도생은 1~2인 등 소규모 가구를 위한 주택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짓는다. 2009년 국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규제에서 자유롭다. 청약통장 없이 지원할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청약자격 당첨 제한이 없다. 주택이지만 20㎡ 이하 한 가구를 보유하면 무주택자로 간주한다.

도생은 3개 유형(단지형 연립·단지형 다세대·소형)으로 구분하는데, 이중 소형인 경우 세대 당 주차대수가 1대도 못 된다. 도생은 또 오피스텔과 다르게 발코니를 설치할 수 있다.

강남 초역세권 도생도 흥행참패…“메리트 없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치푸르지오발라드’ 78가구에 대한 신탁공매가 오는 19일부터 8회차에 거쳐 진행된다. 대치푸르지오발라드는 지난해 11월에 분양한 도생이다. 대치동 학원가와 가깝고 지하철 수인분당선 구룡역에서 도보 2분 거리인 초역세권 주택이다.

입지 장점을 잘 갖췄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 고분양가가 꼽힌다. 대치푸르지오발라드는 3.3㎡당 6700만원에서 7600만원까지 형성됐다. 이밖에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부족하고, 전세사기 이슈로 임대 수요도 덜하다보니 시장에서 외면 받기 충분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 단지는 또 후분양으로 입주자를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인에게 도생이나 빌라는 비슷해서 굳이 살만한 요인이 없다”라며 “값이라도 싸면 모를까 메리트가 크진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사업하기에도 안 좋다”라며 “월세를 받으려면 대출을 끼고 매입해야 하는데 금리가 높고, 이자를 상쇄할 만큼 월세를 받아야 하는데 시세도 형성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도 “수요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라며 “강남, 역세권이라도 얼마나 수용 가능한 가격이냐에 따라 성과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생은 주택 수에도 포함되므로 다주택자로 분류돼 세부담이 클 수 있고 주택이 가지는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라며 “분양가가 높으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금리도 여전히 높기 때문에 외면 받는 상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