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폭 줄었다는데”…소비자 체감은 어려워

정부, “식품 물가 상승폭 2022년 10%→올해 1~3%”
소비자들 체감 안돼…“최근 더 오른다” 주장도
전문가 “식품, 구매빈도 높아…정부 통계 소비자 공감 어려워”

기사승인 2024-05-24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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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폭 줄었다는데”…소비자 체감은 어려워
23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해장국이 1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건주 기자

“칼국수 한 그릇도 1만원인데 부담이 되죠. 9000원으로 오른 지 1년도 안됐는데 1000원이 더 올랐어요.”

2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음식점.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온 김찬의(38)씨는 최근에 물가가 더 크게 오르는 것처럼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치솟는 물가에 손님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놓은 김가루도 요즘에는 부담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 값도 많이 올라 어떻게 단가를 조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물가 상승폭이 하락하고 있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 자료를 인용해 가공식품·외식물가 상승폭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상승폭이 2022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전년 동월 대비 10.0% 상승한 수준이었던 가공식품은 올해 2·3월 각각 1.9%, 1.4%, 지난달에는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물가도 2022년 9월 전년 동월 대비 9.0% 상승했다가 올해 2월(3.8%), 3월(3.4%), 지난달(3.0%) 수준으로 상승폭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다르다. 실제 물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 이달 초 대형마트 기준 광천김과 대천김, 성경식품의 일부 조미김 가격은 10~30%까지 올랐다. 올리브유 가격도 CJ제일제당과 샘표, 사조해표와 동원F&B 등이 30%대로 인상했다.

이는 최근 높은 국제유가·환율 및 코코아두·과일농축액·올리브유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외식 물가에도 반영됐다. 특히 냉면·김치찌개 백반·칼국수 등은 지속해서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비교 플랫폼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냉면 평균가는 1만1692원, 김치찌개 백반 8115원, 자장면 7146원, 칼국수 9154원 등이다.

지난해와 동월과 비교하면 냉면 769원, 김치찌개 백반 346원, 자장면 231원, 칼국수 346원씩 각각 올랐다. 2022년 동월과 비교해도 모두 오른 가격이다.

이에 대해 식품의 경우 구매빈도가 높아 정부의 통계에 소비자들이 공감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먹거리 물가는 2~3배 높은 수준으로 소비자 부담이 크게 줄지 않았다”며 “물가 상승폭이 줄었다고 하지만 식품의 경우 옷, 취미용품 등과 달리 구매 빈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실제로 소비자들은 정부 발표와 달리 체감을 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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