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식통법’인가

기사승인 2017-02-17 11: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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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식통법’인가[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물길을 터 여러 줄기의 강물을 한 곳으로 모으면 관리가 쉽다. 관리가 쉬운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가 빠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강줄기가 말라붙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온라인 식품 판매 통신판매업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를 강화한 식품통신판매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식통법’은 온라인 식품판매자에를 식품통신판매업으로 분류해 식약처가 직접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식통법은 이달 내 입법 예고 후 오는 6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최근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한 온라인 식품 판매량이 늘고 허위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을 통해 식품 유통망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식통법이 ‘취지만 좋은’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해당내용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판매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개 역할을 해온 쿠팡, 11번가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상품에 대한 개별 검수까지 직접 관여해야한다. 당연히 품질검수 관련 설비를 비롯해 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소상공인 판매자들에게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또 대형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몇몇 업체 외 영세사업자 또는 영세전자상거래업자의 경우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여러 판매채널들을 ‘관리’라는 명목으로 몇 개로 통·폐합하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직 입법 예고 전이라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만큼 법안에 대해 속단하기에 이를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내용을 볼 때 행정편의를 위한 과잉규제의 밑그림이 그려질 수밖에 없다.

규제를 위한 규제는 시장의 목줄을 틀어잡을 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충분한 논의와 현장 상황을 반영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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