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는 던져졌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치열한 격전 예고

기사승인 2017-03-28 14: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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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서초=문대찬 기자] 플레이오프에 연착륙한 여섯 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상대 팀을 꺾는 방식에 대해선 저마다 다른 계산이지만 그들 모두 챔피언이라는 궁극적인 꿈을 꾸는 것은 같다. 

28일 서울 더케이 호텔에서 2016-2017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에는 플레이오프 진출 6개 팀(안양KGC, 고양 오리온, 서울 삼성, 울산 모비스, 원주 동부, 인천 전자랜드) 감독 및 선수단이 모여 포부와 함께 재치 있는 입담을 뽐냈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통합 우승을 노리는 안양 KGC에 시선이 집중됐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을 제외한 나머지 팀 감독과 선수들은 하나같이 KGC의 우승을 점쳤다. 

KGC 김승기 감독은 “경기력을 보면 통합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규 시즌 우승 영광을 누렸지만 한 번 더 영광을 누리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날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라이온 킹’ 오세근도 “정규리그를 완벽하게 마쳤다고 생각한다”며 “쉴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감독님과 함께 잘 준비하겠다. 선수들이 똘똘 뭉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고 말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여념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방심은 금물”이라고 말하는 등 자만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선수들 간의 신경전은 미디어데이의 백미였다.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치르는 동부의 허웅은 양동근의 체력을 문제 삼으며 도발 작전을 펼쳤다. 

허웅은 “모비스와 3차전에서 끝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더니 “(양)동근이 형이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형이 볼을 못 잡게 괴롭히겠다”며 “부상도 당했고 체력도 완전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막을 수 있다”고 말해 양동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에 양동근이 체력적 문제는 없다며 동부가 모비스에게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 알고 있냐고 응수하자 “백투백 경기 일정 때문에 힘들었다. 우리 팀에 나이 많은 형들이 많지 않나. 플레이오프는 다를 것”이라고 밝혀 ‘나이 많은 형’ 양동근의 체력 문제를 또 다시 건드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삼성과 맞붙는 전자랜드의 박찬희는 김태술에게 “힘을 좀 냈으면 좋겠다”며 후반 라운드 들어 체력적 문제로 기량이 저하된 상황을 지적했다. 그러자 김태술은 “플레이오프에서 힘을 강하게 주면 넘어진다”며 “플레이오프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보여 주겠다”고 반격했다.

어시스트 1위 박찬희는 저조한 슛 성공률에 대한 지적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 박찬희는 “답답한 건 저다”라고 말하면서도 “농구는 숫자가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미쳐보겠다”라고 대답해 박수를 받았다. 

오리온 이승현 역시 “누가 오든 말든”이라며 지난해 챔프전 MVP로서의 자신감을 뽐냈다. 

각 팀 감독들의 입담도 두드러졌다. 특히 추일승 감독은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놔 장내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추일승 감독은 “삼성과 전자랜드가 맞붙는데, 전자랜드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우리 홈(고양)과 가깝기 때문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원주 동부 김영만 감독이 “오더리언 바셋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묻자 “그걸 알면 정규 시즌 우승했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애런 헤인즈의 기량이 떨어진 것은 아니냐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질문에는 “질문 안 하기로 약속해 놓고”라고 말끝을 흐리며 “대외비다”라고 재치 있게 답변을 피했다. 

이어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전자랜드와 맞붙고 싶다고 했는데 삼성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청하자 “기도하세요”라고 짤막하게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밀리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이 키퍼 사익스 교체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내가 기다려줬기에 폼이 올라왔다”라고 말하자 “그렇게 기다릴 거면 마커스 브레이컬리는 왜 영입하려 했냐”며 돌 직구를 날렸다. 이에 김승기 감독은 “유재학 감독님처럼 오래 감독직을 맡았으면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고 변명하면서 “2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우승하고 싶다는 의욕과 조급증 때문에 그렇게 됐다. 죄송하다. 다음부턴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또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를 퇴출 시킨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단연코 한 번도 없다”며 “지금의 모비스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구축한 구단이다. 팀 분위기를 해하는 선수는 필요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단연 빛났던 발언은 여섯 글자 포부였다. 유재학 감독은 “두 유 노 후 위 알(Do you know whe we are)”이라고 말하며 플레이오프의 진정한 강자가 모비스임을 밝혔다. 유재학 감독의 발언이 끝나자 장내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출사표는 던져졌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치열한 격전 예고

각자의 판단과 생각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우승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통합우승 시작”이라며 통합 우승 의지를 불태웠고 추일승 감독은 “작년처럼 계속”이라며 2연패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 김태술은 “1-2-3, 6-4-1”을 외치며 “1위에서 3위까지 떨어졌는데 6강, 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양동근 역시 “말이 필요하나”며 정규시즌 순위가 우승과는 무관함을 내비쳤다. 유도훈 감독도 “드라마를 쓰자”며 언더독의 출현을 예고했다. 

2016-2017 KCC 프로농구는 30일 모비스와 동부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의 서막을 연다. 1위 KGC와 2위 오리온은 각각 3,6위 팀과 4,5위 팀의 승자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mdc0504@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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