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제가 비만이래요"…진단 기준 바뀐 이유는

정부와 학계 '비만' 체질량지수 기준 달라 혼란

기사승인 2018-04-11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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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학회 "정상 체질량지수도 허리둘레 따라 당뇨, 고혈압 위험 높아져"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새로운 비만 기준을 제시했다. 문제는 두 집단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검진에서는 체질량지수(BMI) 18.5~24.9㎏/㎡를 정상 A, 18.5 미만과 25-29.9를 정상B(경계), 30 이상을 질환의심으로 표기했다. 올 1월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춰 BMI 18.5 미만을 저체중으로, 18.5~24.9를 정상, 25~29.9를 과체중으로 구분하고 30 이상을 비만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WHO에서는 BMI 25 이상을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국가건강정보포털이나 국가 통계로 사용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지역사회건강조사 등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일 대한비만학회가 새로 제시한 비만진료지침 기준에서도 BMI 25 이상은 1단계 비만이다. 학회는 비만 단계 기준을 6단계로 구분했는데 ▲BMI 18.5 미만은 저체중 ▲18.5~22.9는 정상 ▲23~24.9는 비만전단계 ▲25~29.9는 1단계 비만 ▲30~34.9는 2단계 비만 ▲35 이상은 3단계비만이다. 비만전단계는 일반적으로 과체중으로 부를 수 있으며 3단계 비만은 고도 비만으로 부를 수 있다.

 


학회는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비만 정도도 심화돼 그 기준을 새롭게 신설했다. 특히 2000만명의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 분석을 통해 심뇌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을 분석했고, 그에 맞춰 기준을 정했다”며 “BMI가 정상이거나 비만전단계라고 하더라도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일 경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동반질환의 위험은 1단계 비만 환자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학회 김성수(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진료지침이사는 “비만학회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 기준을 BMI 25㎏/㎡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적 특성으로 고려해 서구인의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 30㎏/㎡ 이상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최근 1956만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기존의 연구 결과와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과체중(BMI 23~24.9㎏/㎡)을 비만전단계로 변경한 것은 비만은 발생한 후 관리하는 것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라며 “사실 비만전단계부터 비만동반질환의 유병률은 증가된다. BMI 23㎏/㎡만 돼도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의 세 가지 질환 중 한 가지 이상을 가질 위험은 1.5배 증가한다. 25는 2배 이상 증가한다. 비만전단계라는 개념은 1998년 WHO에서 비만은 질병이라고 공표했을 때부터 사용한 개념이다. 이러한 변경은 의학적 위험, 국민이 느끼는 언어적 감정 등을 모두 고려해 비만학회 임원진들의 내부 토의를 수 차례에 걸쳐서 진행한 후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비만의 정의, BMI 25㎏/㎡ 이상은 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며 비만유관학회인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에서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면서 “2018년 일반건강검진표에 나와 있는 비만의 정의는 서구인 기준이다.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해당부서와 학회 간에 적절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비만 기준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진결과에 대한 수검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용어를 변경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0년부터 BMI 30은 질환 이상으로 표기했었고, 또 정상 A와 B에 대한 경계가 애매했다”며 “BMI 25~29.9를 정상 B라고 표현했지만 ‘경계’가 붙었다. 사실상 관리 여부에 따라 비만이 될 수 있는 중간단계이기 때문에 정상 B라는 표현보다는 과체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국민 이해도와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 기준은 의료계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통해 나온 것”이라며 “현재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한국인의 비만 기준 설정 근거에 관한 연구(’16.12.~’18.10.)’ 결과를 토대로 건강검진 비만 기준 변경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문위원회는 비만학회, 내과학회, 가정의학회, 내분비학회, 직업환경의학회, 노인병학회 소속 의료진으로 구성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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