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수포성 표피박리증’… 사지에 선 환자들

5만 명 중 1명 발병, 유전질환 치료법 없어… 희귀성 질환 제도 보완 요구 커

기사승인 2018-07-18 0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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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희귀질환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수포성 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 EB)5만 명 중 1명이 걸린다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17000명당 1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미국은 2만 명당 1명의 유병율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자는 단순형 92, 이영양형 약 92, 경계형 약 7명 등 약 250명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병이 유전질환인 탓에 아직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치료도 대증요법에 국한되어 진행된다. 피부 수포와 미란, 궤양 등 피부 병변에 대한 상처 치료와 2차 감염에 대한 치료, 가려움증과 통증 치료 등 질환에 대한 완화 수준이 전부다.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는 국내 환자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질환의 고통을 차치하더라도 외관으로 드러나는 병의 특성상 편견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이 어려워 생활고에 놓여있다. 장애 인정도 받지 못한다.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비롯해 난치성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대동소이하지만, 보건당국의 제도적 맹점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지 못하다.

17일 이순신 EB환우회장에게서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치료는 물론 경제적 어려움으로 환자들의 가정은 파탄 지경이라고 말했다.

탈출구 없는 ‘수포성 표피박리증’… 사지에 선 환자들

탈출구가 없다

- 환자의 연령대가 낮은 것 같다

성인들도 적지 않다. 성인 환자들은 장애인정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우회 활동을 통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할 여력이 없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난 올해 50살인데, 서른에 발병했다. 난 후천적이었지만 선천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더 많다. 대부분 유전질환이라고 보면 된다. 환자들은 일 년에 한 명꼴로 숨을 거두는 것 같다.

최근에도 중학교에 다니던 환자가 사망했다. 사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합병병 때문이다. 피부암을 앓는 경우도 많다. 한 환자는 최근 피부암 수술을 받았다. 의사들은 장기적인 피부 손상은 피부암을 야기한다고 하더라.”

- 어린 환자들의 고통이 클 것 같은데

교육문제가 어렵다. 학교 배정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등급을 받으면 집과 가까운 학교로 배정을 받지만, EB 환자들은 장애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소위 뺑뺑이로 무작위 배정을 받는다. 집과 학교가 멀면 몸이 약한 환자들은 등하교 자제가 힘들다. 학교에서도 어려움은 계속된다. 교사는 물론 일반 학생들도 이 질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 가령,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피부질환이라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또래 학생들은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보인다. 병을 옮기는 것 아니냐고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 민원을 넣기도 한다. 십대 환자들은 더욱 소외된다.”

- 성인 환자들의 사정은 어떤가.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생계를 잇기 어렵다. 직업을 갖더라도 대인관계를 할 필요가 없는 직종을 선택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콜센터 직원처럼 말이다. 그나마 증상이 심해지면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규직은 어렵다. 이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나라로 이민을 떠난 사례도 봤다. 이 경우는 그나마 경제적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이 치료비용으로 들어가는 탓에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 가장 고통스러운 건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일 텐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만, 현상유지가 전부다. 질환 관리를 하는 것이지 완치는 불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에선 관련 연구가 한창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에는 EB센터를 두고 피부 재생부터 질환의 개선을 연구한다더라.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 장애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한 남성 환자는 군대에 징집되어 갔다가 피부가 벗겨지고 증상이 악화되고 나서야 의가사 제대를 시켜줬다고 한다. 외국은 장애등급은 아니어도 희귀질환으로 분류, 준하는 대우를 해주지만, 우리나라는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진행되어 가는 질환이라 현행 장애 인정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비단 EB뿐만 아니라, 기타 희귀질환 환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장애 기준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소속 공무원 몇 명이 전체 희귀질환 환자 50만 명을 담당하는 현실만 봐도 갈 길이 멀다.”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보건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를 비롯해 희귀질환자들이 필요한 경우 현재 의료비 지원을 넘어서는 장치가 필요하다장애인 등록 없이도 활동보조서비스와 학군 배정 등 희귀질환자들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부의 섬세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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