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의 재구성 ①] 그들은 이렇게 작전을 짠다

기사승인 2021-07-22 0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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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의 재구성 ①] 그들은 이렇게 작전을 짠다
그래픽= 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주가조작에는 패턴이 있다. 범죄 사례를 보면 그들의 작전이 보인다. 주요 주가조작 관련해 실제 처벌까지 이어졌던 판례와 최근 동향을 분석해 수법을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인터뷰 속에 언급된 수법과 처벌 형량 등은 모두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했다.

다음은 가상 인터뷰어 주가조작 용의자 X씨와의 1문1답.

-주가조작의 주요 소재는 무엇인가

▶투자시장의 관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는 모두 쓰일 수 있죠. 호재가 전혀 없고, 적자가 큰 기업이 주가조작에 써먹기 좋습니다. 대형 이슈를 하나 만들어서 시장에 던져놓으면 주가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알아서 몰려드니까요.

대표적으로는 투자유치나 자원·기술 개발사업이 써먹을 만 하죠.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수백억대 투자유치를 받았다는 허위 정보를 시장에 흘립니다. 외국인 투자를 가장하는 게 제일 좋은 전략입니다. 소재지를 해외에 둔 페이퍼컴퍼니면 검찰이 검증하는 데 애를 먹어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나 공장 건설도 좋은 소재입니다. 지난 2009년에는 저 멀리 몽골의 금광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고 소식을 흘려서 주가를 띄웠고, 555억의 시세차익을 얻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해보기도 했죠. 금광이나 반도체 공장에 따르는 이익만 수백 수천억이라고 광고하는 겁니다.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나도 주가가 급등했을 때 나는 이미 팔고 나오니 문제가 없죠. 지난 2012년에는 정치테마주로도 한몫 챙겼습니다. 인터넷 증권정보 카페를 이용해서 대선주자와 정책 관련 종목 작업을 거쳤죠.

-어떻게 주가를 띄우나

▶흔한 방식이 허위공시죠. 당국이나 한국거래소에서 개별 기업이 내는 공시를 일일이 심층적으로 검증할 수 없으니까요. 공시 검증 안 하냐고 금융감독원에 직접 전화해 본 적도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의심사례 못 걸러냅니다.

현직 증권사 직원을 섭외하기도 합니다. 증권사에서 실제 거래 가능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걸어주면서 주가를 올리는 거죠. 실제로 이런 작업을 10개월 정도 지속했어도 의심도 안 받았습니다.

요즘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시세조종도 용이해졌습니다. 주식 리딩을 해주는 것처럼 SNS 채팅방 7~8개만 개설하면 한 방당 천 명대 인원 모으는 건 금방입니다. 잘 모르는 소액 투자자들 이용하기가 편하죠. 다단계식으로 전국에서 운영하면서 종목 뿌리고, 매입가격 지정하는 거죠. 우리 지시를 받는 수백 수천 명이 동시에 시세조종 주문을 넣는 건데, 금융당국이 이거 잡아내기 쉽지 않아요. 사정을 모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잖아요.

-처벌이 두렵지는 않은지. 적발될 때를 대비한 대책은

▶솔직히 크게 걱정은 안 합니다. 한국증시는 주가조작 할 만한 판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사범에게 관대하고, 주가조작 처벌도 그리 세지 않죠. 2017년에는 주가조작을 했던 모 기업 회장이 집행유예 받고 그랬어요. 사회봉사나 120시간 하라고 하고. 협조자들의 사정은 더 나은 편입니다. 주가조작에 가담했던 증권사 직원 5명만 해도 2018년에 재판에 섰는데 초범이고, 정도가 경미 했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원 선고받았습니다.

해외처럼 천문학적인 벌금이나 형량이 떨어지진 않습니다. 미국 엔론 주가조작 사태에선 회장은 45년형, CEO는 185년형 받았죠. 중국에서 주가조작이 걸린 베이바다오그룹은 1조에 가까운 벌금을 받았어요. 물론 지금은 국내도 처벌 수위가 좀 오르긴 했죠. 그렇지만 주가조작할 엄두를 못 낼 정도는 아닙니다. 국내에선 엄두가 안 날 정도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사법당국이 입증해내긴 어려워요. 주가조작 안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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