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독성 큰 ‘심혈관질환’…좁은 급여기준이 적극적 치료 막아

PCSK9 억제제, 임상에서 치료효과 확인…보험급여 기준 확대해 부담 줄여야

기사승인 2021-07-22 06: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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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독성 큰 ‘심혈관질환’…좁은 급여기준이 적극적 치료 막아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치료 접근성 문제로 인해 환자가 겪게 되는 경제적 문제를 뜻하는 재정 독성(Financial toxicity)은 환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제다.  

심혈관질환도 재정 독성이 큰 질환 중 하나이다.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만성적인 경제적 부담을 겪기 때문에 재정 독성에 노출될 위험도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연구들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의 사회경제적 부담은 특히 초고위험군 환자들에게 더욱 큰 고민거리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중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의 경우 1회 입원으로 발생하는 직접 및 간접 의료비를 포함해 약 15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은 약 8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을 겪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은 재발할 위험도 높아 지속적인 위험인자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곧 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근경색, 협심증 등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은 첫 발생 시 사망률이 약 20~30%에 불과하지만, 치료 후 재발 시 사망률이 최대 85%까지 급격히 증가한다. 따라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은 재발의 주범인 LDL 콜레스테롤을 꾸준히, 가능한 낮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 목표(70mg/dL 미만) 달성 여부에 따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군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100인-년(person-years)당 11.9명인 반면, 미도달 환자군은 24.3명이었다.

이에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에게 재발 예방을 위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70mg/dL 미만까지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장 최신 이상지질혈증 치료 가이드라인인 유럽심장학회 버전에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인 55mg/dL 미만을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의 LDL 콜레스테롤 강하 치료에는 스타틴 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심혈관 위험도가 높은 초고위험군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게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스타틴 기반 약물치료에도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환자들이 추가로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으로 PCSK9 억제제가 있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과 작용 기전이 달라 스타틴 기반 요법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지지 않는 환자들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게 돕는다.

대표적인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은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FOURIER 임상연구에서 빠르고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확인됐다. 치료 4주 이내에 빠르고 강한 LDL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를 보였으며,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볼로쿠맙 투여군 중 76%는 LDL-C 수치가 25mg/dL 미만으로 강하됐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의 한계로 인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의 실제적인 치료 혜택은 제한적인 실정이다. 에볼로쿠맙의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ASCVD) 급여기준을 보면 초고위험군 환자에서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 투여했으나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LDL-C 수치가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거나 LDL-C≥70mg/dL인 경우)에 추가 투여가 가능하다. 

여기서 초고위험군은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2개 이상’ 또는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1개 및 고위험요인 2개 이상’ 등 세부 요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더 이상 대체 약제가 없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은 아직도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국내 급여기준은 국내외 학계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초고위험군 정의와도 상반되는 모습이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초고위험군을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1개 이상의 환자로 정의하며, 유럽심장학회의 경우 1개 이상의 주요 ASCVD 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환자군까지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심뇌혈관 질환의 2차 발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고, 사회적으로 질병 부담이 상당한 ASCVD 환자에게는 효과적인 약제 투여를 통한 심뇌혈관계 질환 재발 예방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급여기준 상의 초고위험군의 기준을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현종 부천 세종병원 과장은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로, 생존과 직결되는 위중한 질환인 만큼 재발 예방을 위한 치료가 절실하다”며 “그러나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적용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급여 기준으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치료제인 최대 내약 용량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사용에도 불구하고 LDL-C수치가 여전히 높아 치료가 절실한 초고위험군 심혈관 질환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급여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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