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만 아니면 된다”…극단으로 향하는 표심

‘대통령 되면 안 된다’ 李 48.2% 尹 40.2%

기사승인 2021-11-30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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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만 아니면 된다”…극단으로 향하는 표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내년 3·9대선이 유례없는 비호감 대결로 치닫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후보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람만큼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라는 이유로 대척점에 선 경쟁후보를 뽑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비토(Veto) 후보’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48.2%. 40.2%를 기록했다.

비호감도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2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자체 여론조사, 지난 20~21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두 후보의 비호감도는 과반을 넘겼다. 이 후보 58.1%, 윤 후보 57.0%에 달했다.  

윤 후보의 높은 비호감도 원인으로는 가부장·기득권적인 모습이 거론된다. 검찰 특유의 강골 기질이 ‘포용적 리더십’과 거리가 멀다는 평이다. 잇따른 실언도 약점으로 평가받았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 이은 ‘개 사과’ 논란이 대표적이다. 주 120시간 노동, 청약통장 발언 등도 질타받았다. 

이 후보의 주된 비호감 이유로는 도덕성 문제가 꼽힌다. 이 후보는 지난 2006년 조카 김모씨가 저지른 ‘모녀 살인 사건’ 변호를 맡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김씨는 만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집에 찾아가 여자친구와 모친을 살해했다. 이 후보는 해당 사건 변호인으로 나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후보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정치권 안팎의 공세를 받는 상황이다.

실제 시민 사이에서도 두 후보 모두 비호감이라는 응답이 줄을 이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8)씨는 “누굴 뽑을지 아직 못 정했다. 주위에서도 모르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이 후보는 조카의 살인 행각을 변호한 이력 등 도덕성 문제가 걸린다. 윤 후보도 실언 논란이 많으니까 별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7)씨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둘 다 대통령감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는 문제 될만한 과거 이력이 계속 나오고, 윤 후보는 정치 경력이 1년도 안 된다. 누굴 뽑아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이 사람만 아니면 된다”…극단으로 향하는 표심
윤석열 후보 지지자가 응원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다만 정파적 논리에 따라 대척점에 선 후보를 찍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거대 양당의 두 후보 모두에게 불신이 있더라도 ‘차악’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대 진영에 대한 분노가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여당이 싫어서 등을 돌렸다는 여론이 많았다. 부동산 문제, 대장동 의혹 등 공정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를 향한 실망감이 크다는 평이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손모(57)씨는 “아무리 찍을 사람이 없더라도 윤 후보가 낫다”며 “부동산 문제로 문재인 정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 차라리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는 게 살림에 도움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33)씨도 “둘 다 비호감이지만 그나마 차악을 선택해 뽑을 것”이라며 “도덕성 문제로 연일 시끄러운 이 후보보다는 적폐 청산에 앞장섰던 윤 후보가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이 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은 정치 경험과 추진력을 이 후보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 후보보다 성남시장과 도지사를 지낸 이 후보의 능력을 높이 사겠다는 평이다. 정권 재창출을 향한 열망과 야당에 대한 불신도 지지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직장인 김모(27·여)씨는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이 후보가 도지사일 때 많은 복지 혜택을 받았다고 느낀다”라며 “행정 운영 경험과 추진력이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뭐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라고 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박모(52)씨는 “국민의힘은 아무래도 싫다”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이 강조해온 공정의 가치를 믿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무선(90%), 유선(10%) 병행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6.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