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손 들어준 법원…생명과학Ⅱ 20번 결국 ‘정답 없음’

기사승인 2021-12-15 15: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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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손 들어준 법원…생명과학Ⅱ 20번 결국 ‘정답 없음’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정답 결정이 유예된 가운데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받아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법원이 출제 오류 논란이 생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20번 문항은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5일 오후 2시 수능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동물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는 없다. 20번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확인 과정이 필요했다”며 “평가원의 정답을 고집한다면 수험생들에게 생각을 많이 하고, 파고 들수록 불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임준하군은 “재판부의 정답 취소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학생들의 인생을 결정짓는 수능에서 문제 오류가 생겼다.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을 어른들이 해주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신동욱군은 “20번 문제를 맞은 학생도 틀린 학생도, 그리고 생명과학Ⅱ를 보지 않은 학생도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P의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집단을 가려내는 문제다. 멘델집단은 멘델의 유전법칙이 적용되는 집단이다. 개체 상호 간 교배가 가능하고 유성생식에 따라 번식하며 공통의 유전자 풀을 가진 동종 개체로 이뤄지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수험생은 문항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선고 직후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20번 문항을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평가원 강태중 원장은 “재판부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날 오후 6시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성적을 제공할 예정이다. 평가원은 지난 10일 생명과학Ⅱ는 공란으로 비워놓고 수능 응시생에게 성적표를 배부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 일정을 변경없이 유지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일반대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마감일을 18일로 연기했다. 그에 따라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일은 18∼21일로,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은 22∼28일로 변경됐다. 

앞서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취소하라며 지난 2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9일 수험생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평가원이 발표한 정답(5번)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했다.

정윤영 인턴기자 yunie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