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먹는 치료제 불법직구까지...사이트 버젓이 영업 중

기사승인 2022-01-11 16: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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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먹는 치료제 불법직구까지...사이트 버젓이 영업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치료제를 판매하는 인터넷 페이지를 접속차단했다.

해외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의 구매를 대행하는 인터넷 쇼핑몰 A사는 미국 제약사 MSD가 개발한 알약 제형의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수량에 따라 11만원에서 45만원의 가격에 판매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지난해 11월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접수됐으며, 현재까지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인 무허가 의약품이다.

이에 심의위는 10일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A사의 몰누피라비르 판매 페이지를 차단했다. 심의는 코로나19 관련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식약처의 요청이 접수된 당일 긴급 안건으로 진행됐다. 

심의위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의약품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은 성분과 효능을 알 수 없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약은 현재 국내에서 정식 허가 및 승인되지 않은 제품이므로 식약처가 안전성, 효과성, 품질 등을 검증하지 않았으며 복용 시 부작용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불법 의약품을 복용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정부의 피해보상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버멕틴·클로로퀸 버젓이 판매…규제당국 “조치 중”

A사는 사이트에서 몰누피라비르 판매 페이지를 없앴지만, 여전히 다양한 전문의약품들을 판매 중이다. 

11일 현재 A사 사이트에는 구충제 ‘이버멕틴’, 항염증제 ‘덱사메타손’,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이 수량에 따라 최소 5만원에서 최대 55만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 의약품은 모두 당초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제품들이다.

A사는 이런 판매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사는 “식약청은 ‘해외구매대행은 관련 판례에 따라 수입대행형거래로 판단해 약사법상의 판매 관련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라고 고시하고 있다”며 “자가사용을 목적으로 인터넷 등을 이용해 구매 또는, 탁송업체를 이용해 배송할 경우 의약품의 안정성 등을 검사하는 요건 확인 없이 자가사용범위(6병 이내)에서 수입할 수 있다”고 고객센터를 통해 안내 중이다. 여기서 A사가 말한 ‘안정성’은 ‘안전성’을 잘못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무허가 의약품 판매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 행위다. 약사법 제61조, 제61조의2는 누구든지 무허가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온라인에서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판매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약국개설자와 의약품판매업자가 약국이나 점포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판매해야 한다. 의약품 판매 자격이 없는 사업자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행위 역시 불법이다.

이에 대해 관계 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해당 사이트의 불법 의약품 판매 게시글에 대한 차단 요청을 조치 중에 있다”며 “추가적으로 판매 사이트에 대한 정보 수집을 통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의위 관계자는 “지금도 식약처로부터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에 대한) 신고가 몇백건씩 들어오는데, 신고된 제품들이 실제 전문의약품과 동일한 제품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신고가 들어온 페이지를 모두 즉각 차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몰누피라비르만 신속히 조치했으며, 계속해서 (신고가 들어온 사안들에 대해) 확인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먹는 치료제 불법직구까지...사이트 버젓이 영업 중
A사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화이자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이번주 도입

이처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불법 직구까지 등장한 가운데, 정부가 구매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오는 13일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팍스로비드는 지난달 27일 식약처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알약 제형의 코로나19 치료제다. 단백질 분해효소를 차단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팍스로비드는 몰누피라비르보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는 2246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감염 뒤 5일 이내 팍스로비드를 투여했을 때 입원 및 사망 비율이 약 88%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MSD는 당초 775명 대상 임상시험 결과 몰누피라비르가 중증화 위험을 50% 낮췄다고 밝혔지만, 1개월 만에 30%로 낮춰 다시 발표했다.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의 성인 또는 소아(12세 이상, 체중 40Kg 이상) 환자다. 1일 2회씩 5일간 복용해야 하며, 한번에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 등 총 3정을 복용하게 된다.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고 증상이 발현된 후 5일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약해야 한다.

현재까지 정부는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 등 총 100만4000명분의 치료제를 구매하는 계약을 개별 제약사와 체결했다. 13일 국내에 들어오는 제품은 초도 물량인 팍스로비드 2만명분이다. 정부는 12일 팍스로비드를 비롯한 코로나19 치료제 도입 및 활용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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