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은 27일 오후 8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 농심 레드포스와의 맞대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개막 후 전승(5승)을 달린 T1은 젠지 e스포츠와 함께 공동 1위에 자리했다.
경기 후 만난 이민형은 “이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오늘 잘 못한 것 같아 만족스럽진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라인전은 그냥저냥 잘한 것 같은데 중후반에 머리가 잘 안 굴러가서 게임 흐름을 읽는 거나 상대 노림수를 받아쳐내는 게 부족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잠을 오래 잔 게 원인 같다. 어제 피곤해서 12시간을 잤더니 뇌까지 자버린 것 같다”며 너스레를 뜰었다.
이날 농심은 이민형과 ‘케리아’ 류민석이 버티는 바텀을 집중 공략했다. 농심의 미드라이너 ‘비디디’ 곽보성이 자리를 오래 비우면서까지 견제에 나섰다. 이민형은 “솔직히 자주 내려오는지도 잘 몰랐다. 덕분에 미드 타워를 밀었으니 이득을 많이 봤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 바텀 듀오가 생각보다 잘했던 것 같고 우리가 조금 더 잘해야 될 것 같다”며 마음을 다잡은 이민형은, 3세트 나온 농심의 ‘블리츠크랭크’ 픽에 대해선 “정말 오랜만에 보는 챔피언이라 끌렸을 땐 아찔했는데 후반 되니까 깡통 느낌이 나서 잘 안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며 웃었다.
앞서 빠르게 경기를 굴렸던 T1은 이날 농심전은 모두 장기전 혈투를 벌였다.
이에 이민형은 “조합적으로 우리가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이 나와서 장기전으로 이끌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맞붙은 하위권 팀과 농심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몇몇 팀 빼고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더 고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민형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콜릿을 섭취했다고 밝히면서 “오늘은 아무래도 앞 경기도 늦게 끝나서 힘들었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민형은 이날 이마를 훤히 드러낸 헤어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냥 머리를 이번에 짧게 잘라서 올리는 걸 도전해봤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더라”며 “상처를 받아서 이제 못 올릴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T1은 오는 30일 숙적 담원 게이밍 기아와 맞붙는다. T1은 지난 서머 시즌 결승,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담원 기아를 상대로 모두 패했다. 다만 담원 기아는 올 시즌 주축 선수가 은퇴하거나 이적해 전력이 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1으로선 설욕의 기회다.
이민형은 “당연히 조금 더 다운그레이드 됐다고는 생각한다”고 동의하면서도 “그래도 명문 팀이고 ‘캐쇼’ 듀오가 남아 있어서 방심하면 안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T1은 담원전 이후엔 공동 1위 젠지를 만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이민형은 “오늘 솔직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팬 분들이 많이 걱정하실 것 같은데 당당한 모습으로 잘 이겨내도록 하겠다”며 분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