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에 850억원 투자 받은 여행 테크 기업

[다시 여행이다 - 차세대 리더에게 듣다] ⑩ 타이드스퀘어 윤민 대표
배낭여행 1세대 윤 대표, 마케팅과 IT 경험 접목해 빠르게 성장
검색 위주 여행에서 카카오톡 활용한 구독 채널에 주목
코로나 시기 기술 개발 전념, 다양한 고객에게 최적화된 여행 추천
구글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과 무한 경쟁에 기술개발 매진

기사승인 2022-03-23 10: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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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오랫동안 여행은 금기어였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암담한 시간 속에서도 더 나은 여행을 꿈꾸며 묵묵히 내일의 여행을 기획했던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여행업계 차세대 리더들을 만나보았다.

① 여행업계 앙팡테리블 -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② 코로나19 극복 산증인 - 이영근 한국스마트관광협회 회장
③ 모빌리티 플랫폼의 빈틈 - 최민석 무브 대표
④ 한국형 도시민박 도전 - 조산구 위홈 대표
⑤ 부산 사나이, 광주의 기억을 되살리다 - 이한호 주스컴퍼니 대표
⑥ 오버하는 공무원, 제천을 맛의 도시로 만들다 - 이정희 제천시 미식마케팅팀장
⑦ 버려진 고택 4천평,  곰탕 다음 가는 나주 명물이 되다 - 남우진 마중39-17 대표
⑧어선에서 돌고래 보고 스노클링. 신개념 제주도 여행 개척 - 디스커버제주 김형우 허진호 공동대표
⑨순창 할미넴에서 정수장 카페까지, 지역에 힙을 입히다 - 힙컬 장재영 대표


코로나 와중에 850억원 투자 받은 여행 테크 기업
여행테크 기업 타이드스퀘어 윤민 대표. 고재열 제공

코로나19 감염이 정점으로 치닫는 시기에 850억 투자를 받은 여행기업이 있다?

타이드스퀘어는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처럼 잘 알려진 여행사는 아니다. 하지만 항공 예약 기준으로 5위권 안에 있는 곳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는 여행기업이다. 다른 여행기업이 패키지여행이라는 ‘B to C’에 주목할 때 타이드스퀘어는 ‘트레블 테크(Travel Tech)’를 지향하며 ‘B to B’도 성장시켰다.

여행 관련 기술은 특히 여행 예약과 관련된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항공과 숙박 그리고 액티비티 예약이 해당된다. 타이드스퀘어는 여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현해서 여행자들과 중소규모 여행사들이 항공 예약 등을 할 때 주로 의뢰하는 곳이다. 주요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완제품 회사와 동반 성장하듯 타이드스퀘어도 다른 여행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여행사다.

온라인여행사(OTA)들은 대부분 항공 숙박 액티비티를 모두 한 곳에서 예약할 수 있는 수퍼앱을 지향한다. ‘다시 여행이다 - 차세대 리더에게 듣다’의 첫 인터뷰 대상이었던 이동건 대표의 마이리얼트립은 현지 액티비티 예약으로 시작해 숙박과 항공으로 확장했는데 타이드스퀘어는 그 반대다. 항공으로 시작해 숙박을 거쳐 액티비티로 확장하고 있다.

타이드스퀘어의 기술력을 보고 2019년 3월 카카오를 비롯해 두나무, KCA 캐피탈파트너스로가 총 5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투자사들은 타이드스퀘어가 코로나19 기간에 플랫폼 기술을 더욱 안정시키는 모습을 보고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850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았다. 윤민 대표에게 대형 여행기업의 코로나 극복기를 들어보았다.

코로나 와중에 850억원 투자 받은 여행 테크 기업
고재열 여행감독(왼쪽)과 예술여행학교에 참여한 윤민 타이드스퀘어 대표. 고재열 제공

 
-여행업계 출신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유니텔(2000년 삼성SDS에서 분할 되었다가 현재는 다시 통합) 새롬기술 등 정보통신기술 기업에서 사업기획을 주로 맡았고, 대한항공과 현대카드에서는 마케팅을 주로 했다.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업기획을 하고 이를 마케팅하는 일을 주로 한 셈이다. 여행사에서 일한 것은 아니지만 여행업의 성격이 변하면서 그동안 했던 일이 여행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여행자로서는 어땠나?

배낭여행 1세대였다.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갈 때 4번 스탑오버를 했다. 1990년대 초반이었는데, 싼 항공권을 찾다보니 홍콩, 뭄바이, 취리히, 런던을 거쳐서 갔다. 중간 기착지였던 뭄바이의 느낌이 다른 도시와 달랐다. 인도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해서 이후 인도 배낭여행을 3번 더 갔다.

-여행사 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가?

처음엔 마케팅 대행사로 시작했는데 막연하게 여행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현대카드 프리비아의 여행 대행을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했고, IT회사와 항공사 카드사를 다니면서 ‘트래블 테크’가 자연스럽게 준비 되었던 것 같다.

-여행의 영역에서 기술 기반 사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에서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사들을 위해 국내여행 활성화 사업을 했다. 이때 각 여행사들이 자신의 여행상품을 함께 올려 놓을 수 있는 플렉서블한 플랫폼이 필요한데 타이드스퀘어 브랜드인 투어비스에서 이를 구축했다. 내 시스템으로 내 것을 잘하는 것과 내 시스템으로 남의 것도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데, 양자가 모두 가능해야 진정한 여행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해외의 글로벌 여행 기업들은 이를 지향한다.

-전통적인 여행사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전통적인 여행사는 여행상품의 기획, 판매, 진행에 집중한다. 트래블 테크 기업은 디테일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항공권을 구입할 때만 해도 수없이 많은 조합이 생긴다. 항공권 데이터 양이 엄청나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항공과 호텔을 조합하면 굉장히 많은 조합이 나온다. 과거에는 항공 예약을 여행사 직원이 해줬지만 이젠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고 기술로 풀 수 밖에 없는 영역이 있다. 이 부분의 숙제를 풀어내는 기업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여행자에게는 스케줄이 중요할 수도, 요금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때 얼마나 좋은 조합으로 요금과 스케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양쪽 다 잘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과거에는 출장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여행 수요가 많다. 출도착과 목적지가 분명한 수요에서 언제든 어디든 가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다양한 니즈가 생겼는데 니즈가 분화되면 기술이 더 필요해진다.

코로나 와중에 850억원 투자 받은 여행 테크 기업
윤민 타이드스퀘어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고재열 제공


-이 인터뷰 시리즈에서 맨처음 인터뷰했던 마이리얼트립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액티비티에서 숙소와 항공 예약의 순으로 발전했는데 타이드스퀘어는 그 반대다.

마이리얼트립은 투어 앤 액티비티 시장이라는 없었던 시장을 개척했다. 일일이 영업해서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인데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렇게 시작해도 여행앱은 한 곳에서 수요를 다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계속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둘 다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그런데 항공 숙박 액티비티는 성격이 서로 다르다. 항공시장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고 투어 앤 액티비티 굉장히 많은 일을 손발로 해야 하는 일이다.

-한국 여행기업의 온라인화가 해외 OTA에 비해 전반적으로 지체되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행의 온라인화는 거대한 장치산업이다. 엄청난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 국내 여행사에는 그에 필요한 충분한 자본이 모여있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 기술 표준과 영업 형태가 글로벌 표준과는 거리가 있다(한중일 3국이 글로벌 표준과 다른 대표적인 시장이다). 우리는 국내용과 해외용을 따로 개발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글로벌 여행사로부터 보호되는 계기였지만 확장도 막았다.

-항공 예약의 경우 GDS나 NDC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기술의 표준일 뿐이다. 표준을 활용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테크놀로지의 영역이다. 항공사에게 받은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조합도 많아진다. 이를테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으면 기내식을 미리 주문할 수도, 번들로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창가냐 복도냐도 결정하고 취소할 수 있는 항공권이냐 아니냐도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거의 할 수 없었던 일인데 타이드스퀘어는 NDC를 최초 상용화해서 항공권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고 다양한 기내 서비스를 선택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NDC와 관련해 유일하게 레벨 4(가장 높은 단계) 인증을 받은 회사다.

-타이드스퀘어는 코로나19 이전에 급성장하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여행사 중 하나였다. 2011년 여행업을 시작했는데, 2019년 BSP 항공 발권 순위 5위권이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아웃바운드 시장이 큰 곳이다. 일본을 저만치 제치고 확고부동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한국의 해외여행 시장은 연간 3000만 명 수준이었는데 5000만명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보았다. 대만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그런 예측이 가능했다.

-코로나 시기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다행히 우리는 구조조정 없이 버틸 수 있었다. 직원들이 휴직을 번갈아가며 하면서 버텨 주었다. 코로나19로 마이너스 매출로 바뀌었다. 여행은 취소가 되면 마이너스가 된다. 매출은 없는데 하나하나 취소해야 해서 직원들이 일은 엄청나게 하게 된다. 대안으로 국내여행에 집중했다. 우리가 주목한 곳은 숙박이었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엔 어려웠지만 2021년 국내 숙박 매출이 4배 이상 성장했다.

-여행업계가 많이 위축되었다.

코로나가 풀릴 듯이 풀리지 않는 것이 반복되면서 여행사들이 많이 지쳤다. 그 과정에서 여행업에 대한 비전을 잃은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 인재도 많이 떠났다. 관광학과 교수들과 얘기해보니, 학생들이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중요한 기간 산업인데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 시기에는 주로 어느 측면에 주목했나?

여행사는 상품 기획과 판매를 하는 곳이라 활동이 줄었만 우리는 트래블 테크놀로지 기업이라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기술 개발은 끝이 없는 일이라 지난 2년 동안 쉬지 않았다. 내부에서 단단하게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조직을 유연하게 했다고 들었다. 어떤 플렉서블한 구조를 만들었나?

처음에는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데이터를 가지고 예측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유례가 없었던 일이라, 예견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서 반응하는 부분만 감응해서 빠르게 적응하자고 생각을 바꿨다. 국내여행 수요가 느는 것을 보고 팀을 새로 셋업하고 해외팀을 국내팀으로 전환했다. 국내여행에서는 주로 숙소를 공략했다. 호텔 예약을 주로 했었는데 최근에는 펜션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국내여행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는가? 아웃바운드에 비해 인바운드 시장은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상태 아니었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국내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내 여행이 업그레이드 된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내국인의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 여행 인프라가 좋아지고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인바운드도 따라서 늘게 되어 있다. 일본이 좋은 예다. 일본의 여행 수요는 우리와 정반대여서 국내여행이 8이라면 해외여행이 2정도다. 당연히 국내여행 인프라가 좋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인바운드 시장도 커졌다.

코로나 와중에 850억원 투자 받은 여행 테크 기업
지난해 열린 예술여행학교에서 관객과 대화를 하고 있는 윤민 타이드스퀘어 대표(오른쪽). 고재열 제공


-코로나 시기에 여행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파악 되었나?

예약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여행은 원래 검색이 중요하다. 검색하고 예약하고 그리고 여행을 간다. 그런데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지인들끼리 같이 채팅하고, 뭐가 좋을지 선택하고, 쇼핑한다. 중국 위챗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카카오톡 채널 구독을 늘리고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발빠른 대처 능력을 보고 코로나19 시기에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인가?

트래블 테크 기업의 고민은 얼마나 많은 고객에게 좋은 데이터를 추천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많은 항공사, 수많은 여행사와 협업해야 하고 글로벌하게 소통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시스템을 개발해 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마케팅 능력이다. 여행사 파트너들의 상품을 다양한 채널에 뿌려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여행업계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한국의 시장변화는 플랫폼(야놀자, 인터파크)사가 여행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다들 더 큰 시장을 바라보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결국 누가 고객과 접점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승부가 갈릴 것이다. 누가 진정한 플랫폼이냐, 누가 수퍼앱이 될 것이냐?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또한 이런 플랫폼끼리의 경쟁이 있는 반면, 플랫폼 활용의 경쟁도 있다. 일반 커머스 회사까지 여행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상품을 나열하는 것과 여행을 설명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여행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여행시장의 특수성이라는 것이 어떤 얘기인가?

여행업, 항공업, 호텔업의 속성이 다 다르다. 같은 금융업에 묶이지만 은행 보험사 카드사의 성격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여행업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와 구글도 여행사의 경쟁사가 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여행시장이 어떤 식으로 재편될 것 같은가?

수퍼앱과 플랫폼의 속성이 있다. 무한 영역 확장이다. 자기 것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하면 다른 것을 추구하게 되어있다. 구글은 여행시장에 10년 정도 실험을 하고 있다. 글로벌 OTA와 협업하면서 최근 D2C(direct to customer)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직접 여행업을 한다기 보다는 호텔과 항공을 직접 구글에서 예약하도록 이끈다. 에어비앤비는 숙소 주인을 중심으로 투어 액티비티 예약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경쟁 환경에서 타이드스퀘어의 비전은 무엇인가?

여행자들의 성향 변화와 기술을 절묘하게 접목시키는 것이다. 검색하고 예약하는 것에서 함께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여행을 기획하는 문화에 맞추기 위해서 카카오톡에 ‘카이트(KYTE)’ 서비스를 론칭했다. 친구들과 톡을 나누다 항공과 숙박을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이 서비스가 여행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트래블 테크’ 기업의 정체성을 가지고 기술 개발에 집중했는데 앞으로도 더욱 매진할 것이다.

고재열 여행감독 gosisain@gmail.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