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는 식약처, 급여는 질병청… 그림의 떡 ‘희귀의약품’

기사승인 2022-07-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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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는 식약처, 급여는 질병청… 그림의 떡 ‘희귀의약품’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개최한 ‘소아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유병인구가 2만명이 되지 않는 드문 질환이다. 국내 환자가 10명 내외에 불과한 질환도 있다. 낱개 질환의 환자수는 극히 적지만, 전 세계에 7000개 이상의 희귀질환이 보고됐다. 때문에 국내 희귀질환자 수는 2020년 한해에만 5만2069명이 발생했을 정도로 ‘희귀’하지 않다. 희귀질환 치료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소아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내 희귀질환 치료 환경을 진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치료제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희귀질환 환자들은 정확한 질환을 진단받는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다. 희귀질환 환자가 증상을 느낀 이후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7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정확한 병명을 찾기 위해 전국의 대학병원을 순회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과정에서 40%는 오진을 경험한다. 환자가 본격적인 치료 단계에 돌입하기 이전부터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소아 희귀질환자의 고충은 더욱 크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치료제가 드물기 때문이다. 등록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질환이거나, 유전의 영향을 받아 발병하기 때문에 소아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허가된 희귀질환 치료제 총 32품목, 이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완료된 의약품 14품목 중 소아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은 4품목에 불과하다. 

치료제 접근성을 저하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제도적 결함이다. 희귀질환 관련 의약품을 다루는 현행 체계는 허가와 급여로 이원화된 모습니다. 신약이 ‘희귀의약품’으로 허가 및 지정되면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비용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태다. 이후 ‘희귀질환치료제’로 지정되면 산정특례가 적용돼 비로소 환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다. 희귀질환치료제 지정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이 담당한다. 희귀의약품이지만, 희귀질환치료제는 아닌 약은 평균적인 경제력의 환자가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없다. 환자들은 산정특례가 적용될 때까지 치료제를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대표적인 희귀질환인 신경섬유종증1형의 경우, 총상신경섬유종이 나이가 어린 환자에게서 가장 급격하게 자라난다”며 “환아들은 신체적 기형, 통증 물론이고 우울증을 앓거나 사회성을 기르지 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된 치료제가 있어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형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약리학과 교수 “건강보험 재정 외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다”며 “건보 재정 상태와 상관 없이 신약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 기금을 정부가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가는 잘 되지만 급여는 쉽게 적용되지 않는 단절적인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며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 개념을 통일하고 한 부서가 담당해 급여의 범위와 속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희귀질환은 치료제가 있는 경우보다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적어도 치료제가 세상에 존재하는 환자들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며 “허가와 평가 제도가 연계되지 않는 제도를 가진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토로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만, 한편으로는 전 국민이 모아 조성한 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으로 지출하는 관리자로서의 책임도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경제성 평가 부분에서 가급적 예외를 두고, 고가인 치료제의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방식을 더욱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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