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공들여도 인구절벽…달라진 韓·日 저출산 생존법 통할까

日, 4월 아동가정청 신설…출산 육아일시금 인상
韓, 육아휴직 늘리고 이민 정책 추진

기사승인 2023-01-05 11: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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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공들여도 인구절벽…달라진 韓·日 저출산 생존법 통할까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원조인 일본의 궤적을 따르다 앞지른 지 이미 오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9명, 일본의 최신 출산율인 1.3명보다 크게 낮다. 합계출산율은 2.1명이 돼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일본은 그나마 1명 이상으로 버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명도 채 낳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황을 설명할 때 자주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때 일본과 엎치락뒤치락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하락해왔다. 지난 2000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48명으로 일본(1.35명)보다 높았지만 이듬해 한국(1.31명)은 일본(1.33명)보다 낮아졌다. 

일본이 저출산 대응에 나선 것은 1990년이다. 지난 1989년 ‘1.57명 출산율 쇼크’를 겪은 후 심각성을 깨달으면서다. 이후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5년 1.45명까지 회복했다. 최근 다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1.3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日, ‘아동가정청’ 신설…아동 관련 업무 통합·육아정책 강화

우리나라보다 사정이 조금 나을 뿐 추락하긴 마찬가지인 일본 역시 저출산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10년 먼저 저출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산장려금, 육아비 지원, 보육원 확충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현재의 출산율이 보여주듯 효과는 즉각 나타나지 않았다. 장기간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을 추진하면서 초저출산의 늪에서는 일단 빠져나왔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는 평가다. 

올해 일본의 아동 관련 새로운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는 4월 신설되는 ‘아동가정청’이다. 아동가정청은 후생노동성의 보육원 업무나 아동학대, 모자보건과 같은 업무, 문부성의 유치원 교육, 내각부의 저출산 대책, 어린이원, 아동수당 지급 등 흩어진 아동 관련 업무를 통합해 육아 정책을 강화하는데 목적을 둔다. 우리나라 역시 아동 청소년 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주무부처가 분산돼 있어 관심을 끈다. 

아동 관련 예산도 크게 늘렸다. 일본 정부는 아동가정청의 2023년 예산으로 4조8104억엔(46조8518억원)을 편성했다. 내각부 관계부처와 후생노동성 등에서 이관되며 지난해 예산보다 1233억엔(1조2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도쿄 일대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구에 지급하는 지원금도 대폭 인상키로 했다. 2023회계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부터 도쿄 등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18세 미만 자녀 1명당 이주지원금 100만엔(974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출산 육아일시금도 확대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보험급여 등의 형태로 자녀 1명당 42만엔(409만원)을 주던 출산 육아일시금을 올해부터 50만엔(487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일본 내에선 임신 여성을 위한 10만엔 상당의 출산지원금까지 합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국비로 실시하고 내년부터 고령자의 건강보험료를 올려 재원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개호보험(한국의 장기요양보험과 유사) 혜택을 보는 고령자들이 돈 들어갈 데가 많은 육아세대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저출산과 육아 문제에 대한 접근을 단순히 여성이나 부부, 출산율 제고에만 맞추지 않고 전 세대, 사회 문제로 전환해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 공들여도 인구절벽…달라진 韓·日 저출산 생존법 통할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쿠키뉴스DB

인구위기 대응, 육아휴직 늘리고 이민정책 추진하는 韓

우리나라도 저출산, 출산율 제고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으로 무게 추를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16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 등에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도리어 급락했다”며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통해 “이제 저출산 출산율 제고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우리 사회의 적응 문제, 미래의 성장 동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이런 인구구조의 위기에 따른 대응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저출산 문제가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과도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제활동인구 확충 △축소사회 적응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 4개 분야를 중심으로 6대 핵심과제를 밝혔다. 

먼저 출산·육아 부담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 대상을 현행 자녀 연령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도 기존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리고 경력단절 여성 고용 시 인센티브 제공, 늘봄학교(오후 8시까지 돌봄제공) 추진 등 부모가 직장과 양육을 병행할 만한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또한 우수한 외국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이민 정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25일부터는 영아가정의 돌봄 지원을 위해 도입한 부모급여가 지급된다. 만 0세 아동은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은 월 35만원을 받으며 내년부터는 지원금액을 만 0세 월 100만원, 만 1세 월 50만원까지 확대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