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숨가쁜 ‘엑스포 유치전’…‘막판 역전’ 가능성↑

로마, 유치 동력 떨어진 상태
사우디 지지국들, 지지철회…한국으로 표심 이동
부산엑스포 유치 ‘청신호’

기사승인 2023-07-12 17: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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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의 숨가쁜 ‘엑스포 유치전’…‘막판 역전’ 가능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빌뉴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리투아니아 대통령 주최 공식만찬에서 각국 정상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뛰어든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대통령의 주도 아래 정부 중앙·지방, 민·관이 한 마음으로 유치전에 사활을 걸면서다. 한국의 유치 성공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1월 개최지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는 2030 세계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사우디를 지지하던 국가들이 지지 철회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한 엑스포 유치위 관계자는 “사우디를 지지한 국가들은 대다수 한국이 유치활동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전, 지지 표명을 한 상태”라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가간 경제협력을 맺는데 사우디보다 한국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사우디 지지를 번복하거나 철회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은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경험 없는 사우디의 일시적인 자본투자를 받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경험과 노하우, 축적된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동력을 잃은 로마의 ‘중도 포기’ 조짐이 포착된다고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영어로 진행하며 유치 당위성을 호소한 ‘9분 프레젠테이션(PT)’, 대통령실과 유치위, 경제계, 부산시 등의 종합적 활동이 한국의 유치에 대한 관심 여론을 모으면서다.

한국의 ‘K-Culture(케이 컬쳐) 열풍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강남스타일의 열풍’ 싸이(PSY)가 직접 연설에 나서는 등 PT에서 한국은 회원국들 상대로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긍정적인 인상을 줬으며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尹대통령의 숨가쁜 ‘엑스포 유치전’…‘막판 역전’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BIE(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 초청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尹, 나토서 40개국 정상들에 맞춤형 ‘엑스포 외교전’

한국이 성공적인 유치 기류에 안착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전폭적인 ‘엑스포 외교전’이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순방 때마다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하는 등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왔다.

부산엑스포를 향한 윤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은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을 맞는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실사단을 사실상 ‘국빈급’으로 맞이하며 총력전을 벌였고, 개최 후보지인 부산도 직접 찾았다. BIE 실사단의 마지막 날 일정에 맞춰 부산 유치 염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실사단 마지막 일정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등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에 ‘올인’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이번 11~12일(이하 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대통령 주최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에서도 유치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을 대상으로 종횡무진하며 ‘엑스포 지지’를 얻기 위한 스킨쉽에 나섰다. 나라별로 맞춤형 협력을 제안하는 동시에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7개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 등 ‘강행군’ 속에서도 부산 엑스포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앞서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표명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주친 뒤 반갑게 포옹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엑스포 지지를 얻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尹대통령의 숨가쁜 ‘엑스포 유치전’…‘막판 역전’ 가능성↑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진행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횡무진하는 정재계…대기업 총수들, 목발 투혼까지

기업도 전방위적인 유치전 홍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 집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10개 그룹 총수들이 유치교섭을 위해 뛴 국가만 84개국, 거리는 지구 64.5바퀴(258만6137㎞)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각국에 ‘대통령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특히 최근 발목을 다친 최태원 회장은 부산엑스포 로고를 새긴 패드를 부착한 목발을 짚고 출국길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이 BIE 총회 각국 대표단에 부산엑스포 유치 의지를 각인시키고자 직접 목발에 엑스포 로고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이다. 

정부와 여야도 2030부산엑스포의 성공적 유치를 위해 합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카리브 해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세일즈’를 펼쳤다. 카리콤(카리브 해 국가연합)은 14개국 경제협의체로 13개국이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자 2030 엑스포 유치 승부를 가르는 중남미 지역 최대 표밭이다. 한 총리는 카리콤 정상들과 만남에서 “부산 엑스포를 전 세계가 함께 기후 위기 대응과 경제발전 노하우를 나누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尹대통령의 숨가쁜 ‘엑스포 유치전’…‘막판 역전’ 가능성↑
중남미를 순방중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수리남 양자회담에서 찬드리카퍼사드 산토키 수리남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성공적 유치 및 개회를 위한 결의안(부산 엑스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엔 “국회는 2030 엑스포의 부산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 협조하고 지원할 것을 천명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및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교통 인프라 조성 △박람회장 부지 주변 환경 개선 등 방문객의 접근 편의성 향상 △박람회 시설 건축 및 사후 활용 방안 마련 등 사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다양한 정부 관계자가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을 위해 쏟은 노력이 전 국민적으로 통하는 모양새다. 
尹대통령의 숨가쁜 ‘엑스포 유치전’…‘막판 역전’ 가능성↑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착석해 있다. 첫번째줄 오른쪽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김 여사, 윤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앞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방한 당시 실사단은 ‘부산역 환대’를 가장 감동적인 경험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BIE 기자회견에서 파트릭 슈페히트 실사단장은 “부산은 엑스포 개최를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며 “부산 시민들로부터 열정적인 환대를 받았으며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년간 수많은 실사를 진행해왔지만 이번만큼 지역 시민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는 없었다”며 “한국의 최대 셀링포인트는 부산 시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진수·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