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맛 아이스크림을 파는 평양의 가판대

[나의 북한 유학 일기] 음료, 아이스크림, 빙수 날개 돋치듯 팔려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밥 인상적...북한의 맛으로 기억

기사승인 2023-07-24 09: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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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북한 유학 일기]

서울의 길거리 음식들은 언제나 오감을 자극하는 매력을 품고 있다. 분명히 다이어트를 위해 식후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포장마차 앞으로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끌려간다.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노점상의 불량식품부터 시작해 지하철역의 향기로운 빵집, 가을에는 편의점에서 파는 군고구마까지… 간단한 음식들은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평양에서는 하얀색 상점이나 이동식 식당차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그곳 역시 맛있는 유혹거리로 가득하다. 여름에는 청량음식점이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데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진다.
마늘 맛 아이스크림을 파는 평양의 가판대
콩으로 만든 북한 음식 인조고기밥. 필자가 북한 유학 시절 즐겼던 음식이다. 남한 유학 중이던 2018년 홍익대 특강을 마치고 탈북자가 마련한 이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사진=육준우 제공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과 빙수, 심지어 독특한 마늘 맛 아이스크림까지 판매되며 가격은 대략 500~1000원 정도이다. 무더운 여름 저녁에는 젊은 커플들이 딸기 빙수를 함께 나눠 먹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부모들은 시원한 대동강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길에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할 즈음 300원짜리 군고구마와 군밤이 인기다. 그런 때에 갓 구운 고구마를 손에 쥐는 것은 ‘소.확.행’이다. 너무 늦게 가면 품절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친구들과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앞쪽에 계신 할머니께서 우리가 중국인인지 물어봤다. 우리가 반 친구들과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묻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자신 앞에서 줄을 서라고 양보하시면서 북- 중관계가 친하다며 유학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하셨다.

사실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만이 북-중 친선을 잘 기억하고 있고, 젊은 세대들은 그저 중국인들이 부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언젠가 택시 운전사가 내게 "한 달 생활비가 얼마냐"고 물었을 때 200달러 정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중국인들은 돈이 많잖아요. 왜 한 달 생활비가 그렇게 적어요?!"라며 깜짝 놀랐다.

종종 몇몇 길거리 상점에서는 계절 한정 음식을 판매하기도 한다. 평양의 개선영화관 근처에 한 곳이 있는데, 그 곳은 가을에만 양꼬치를 판다. 다른 계절에는 주로 김밥이나 만두를 판매한다.
마늘 맛 아이스크림을 파는 평양의 가판대
평양 시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빙수집. 필자가 평양 유학 중 찍은 사진이다. 사진=육준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노점에서 파는 인조고기 밥이다. 해가 질 때마다 숙소 맞은편 아파트에 작은 장마당이 열리는데 거기서 인조고기밥을 많이 사 먹었다.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밥은 향이 진하고 특별한 매운 소스와 어울려 더욱 맛있다. 유학생들이 숙소에서 훠궈를 먹을 때는 항상 돌돌 말아 파는 인조고기를 사서 해먹었다.

가위로 인조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끓는 물에 부드럽게 불려 물기를 짠 다음, 훠궈에 넣으면 국물을 가득 흡수해서 풍미가 짙어 진다.

중국으로 귀국한 뒤로는 북한의 인조고기밥을 먹지 못했다. 2018년 한국의 대학원에서 탈북 예술가를 초청해 특강을 한 뒤 직접 만든 인조고기밥을 나눠준 적이 유일한 기억이다.

뜻밖에도 한국에서 그리워했던 북한의 맛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 북한이 나뉘어 있는 것도 뜻 밖의 일이지만 한국과 북한이 하나가 되는 것도 러시아나 독일처럼 뜻밖의 일처럼 다가오는 날이 있을까?

육준우(陆俊羽·중국인유학생)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수료.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2011~2016년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교 유학(조선어전공). 지금은 한중문화교류원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am529junw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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