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이야! ‘달짝지근해’ [쿡리뷰]

기사승인 2023-08-09 06: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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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이야! ‘달짝지근해’ [쿡리뷰]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 ㈜마인드마크

제과연구원 차치호(유해진)의 삶은 단조롭고 규칙적이다. 오전 6시 기상, 드라이브 스루를 들려 햄버거를 사서 출근, 정오엔 과자로 점심, 오후 5시 퇴근, 오후 6시 집 도착.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사는 치호의 잔잔한 일상에 어느 날부터 파문이 인다. 그의 마음에 돌덩이를 던진 건 캐피탈 업체 직원 이일영(김희선). 순수한 치호에게 끌린 일영은 그에게 밥 친구를 제안한다. 이때부터 치호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 이하 달짝지근해)은 순수한 맛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극 중 치호는 과자밖에 모른다. 그의 머릿속엔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들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런 일상에 제대로 된 식사가 자리할 리가 있나. 영양실조를 비롯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지만 회사를 관두는 건 상상도 못 한다. 그에겐 책임져야 할 철부지 형이 있다. 염치도, 대책도 없는 형 석호(차인표)는 동생의 연봉만 믿고 빚까지 내서 도박판을 전전한다. 그래도 치호는 형을 아끼고 사랑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가족이어서다. 반면 가족이 딸뿐인 미혼모 일영은 의지할 만한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다. 딸의 타박에도 그는 자꾸만 치호에게 끌린다.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사랑이 고픈 여자는 밥을 매개로 점차 가까워진다.

이 맛이야! ‘달짝지근해’ [쿡리뷰]
‘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 ㈜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는 코믹 로맨스라는 소개말에 걸맞은 작품이다. 우직할 정도로 순수한 치호는 극을 받드는 중심축이다. 치호는 형의 빚을 상환하기 위해 캐피탈 회사를 찾았다가 일영과 처음 만난다. 치호의 순수함이 마음에 들었던 일영. 하지만 둘 사이는 순탄치 않다. 치호가 과할 정도로 순수해서다.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 역시 순한 맛으로 가득하다. 허무개그에도 까르르 웃고 김밥집에서 스르륵 움직이는 국물 그릇만 봐도 웃음꽃이 필 정도다. 자동차 비상등만 켜도 하하 호호 웃는 치호와 일영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절로 간질간질해진다. 

설렘과 재미를 동시에 잡는 이한 감독의 구성과 연출은 극 내내 빛을 발한다. ‘달짝지근해’는 순수하지만 유치하지 않다. 생활과 맞닿은 웃음과 담백한 로맨스가 균형감 있게 어우러져서다. 2000년대 한국영화에서 자주 보던 순박한 로맨틱 코미디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요즘 시대에 꼭 맞는 감성으로 빼곡하다. 클리셰를 따르는 듯하면서도 예상을 비껴갈 때면 감탄이 나온다. ‘달짝지근해’가 표방하는 신선함과 기상천외함은 낯설기보다는 반갑게 느껴진다.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이한 감독의 저력 덕이다.

이 맛이야! ‘달짝지근해’ [쿡리뷰]
‘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 ㈜마인드마크

배우들의 앙상블 역시 뛰어나다. 유해진과 김희선의 조화는 기대 이상이다. 유해진은 어수룩할 정도로 순진무구한 치호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째려보는 것으로 오해받던 눈매에 순박한 사랑이 담길 때면 치호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된다. 김희선은 특유의 명랑함으로 일영의 사랑스러운 면모를 실감 나게 살린다. 양아치로 변신한 차인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진선규 역시 느물느물한 면을 십분 살리며 극에 재미와 활기를 더한다. 극 중 캐릭터들이 엮일 때마다 다양한 재미가 생겨나는 게 ‘달짝지근해’의 매력이다. 특별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제 몫을 충실히 해내며 보는 맛을 더한다.

‘달짝지근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다. 거슬리는 부분이나 찜찜한 대목이 없다. 고소하면서도 자꾸만 생각나는 감칠맛만이 가득하다. 보고 나면 치호와 일영의 순진무구하고 달짝지근한 사랑이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추천할 만한 좋은 영화다. 오는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118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