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이 ‘역대급 태풍’ 된 이유… 온난화로 덩치 커졌다

기사승인 2023-08-11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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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눈이 ‘역대급 태풍’ 된 이유… 온난화로 덩치 커졌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남해안에 상륙한 10일 오전 부산 민락수변공원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한반도에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은 두 가지 면에서 과거 태풍들과 달랐다. 하나는 역대급 위력을 자랑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최초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한 태풍이란 점에서 그렇다. 둘 다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태풍 카눈은 강도 등급 ‘강’으로 10일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시 부근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했다. 당시 카눈의 중심 기압은 97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32㎧로 강풍 반경은 320㎞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한반도를 관통하며 북상한 카눈은 중심 기압 985hPa, 최대풍속 24㎧를 기록, 태풍 강도 등급이 따로 부여되지 않을 정도로 세력이 약화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강하다.

카눈을 강력한 태풍으로 만든 건 기후 변화의 영향이 컸다. 특히 해수면 온도 상승이 태풍 세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카눈은 한반도 상륙 전 큰 피해를 줄 역대급 태풍으로 전망됐다. 남해안 해수면 온도 상승의 영향으로 세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해서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현재 남해안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2도 높은 29도다.

전문가들도 태풍 세력이 해수면 온도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태풍이 그 해수면을 지나면 태풍 세력이 강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해수면 온도가 28도 이상이면 태풍 세력이 유지되거나 강해진다”라며 “현재 남해안 해수면 온도는 29도로 태풍 세력이 강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카눈이 ‘역대급 태풍’ 된 이유… 온난화로 덩치 커졌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전국을 수직 관통할 것으로 예보된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기상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기후 변화는 사상 최초 남북을 관통하는 태풍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줬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태풍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이전엔 태풍이 주로 일본 쪽으로 향했다”라며 “현재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위에 자리 잡으며 남북을 종단하는 태풍 경로가 생성된 것”이라고 카눈이 경로를 꺾어 한반도로 온 이유를 설명했다.

기후 변화 영향으로 앞으로도 강한 태풍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해동 교수는 “해수면 온도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태풍은 점점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녹는 빙하와 온실가스에 있다. 최근 빙하가 너무 많이 녹고, 녹은 빙하가 다시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닷물이 잘 순환되지 않는다. 온실가스로 높아진 열에너지를 해양 해수가 흡수한 다음 순환으로 해소해야 하는데, 순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수면 온도가 계속 높아질 거란 얘기다.

한반도 주변뿐 아니라 지구 전체 해수면 온도가 오르고 있다. 지난 6~7월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는 지난해 여름보다 약 섭씨 0.25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탄소 배출, 온실효과 등으로 10년 동안 지구 해수면 온도가 섭씨 0.15도 정도 올랐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례적인 상황이다. 중·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낮은 라니냐 현상에 이어,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엘리뇨 현상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 태풍에 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이미 기후 위기 징조는 전 세계적인 폭염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달이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달이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6.95도로 2019년 세운 종전 기록보다 0.33도 높았다. BBC에 따르면 미국 기상청(NSW)은 지난달 미국 남서부 지역과 동북부 지역은 열돔 현상으로 기온이 38도 안팎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30일 서울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졌으나, 일부 지역에선 8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맞춰 기후 재난 대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동 교수는 “과거엔 주로 6~7월에 태풍이 왔다”라며 “해수면 온도가 낮아서 태풍이 강하지 않았다. 여름에 비를 내려 가뭄 위기에서 구해주는 ‘효자 태풍’이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태풍은 주로 가을에 온다. 카눈이 북상한 시점도 계절적으로 가을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가을 태풍은 강하고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에 많은 비를 내려서 농산물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다”라며 “과거와 다른 태풍에 맞춰 대응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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