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제 대신 국민안심입원제…중증정신질환 치료, 국가 나서야”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폐지 촉구
“퇴원 후 외래·재활·복귀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3-08-16 13: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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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입원제 대신 국민안심입원제…중증정신질환 치료, 국가 나서야”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으로 중증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사법입원제란 명칭 대신 ‘국민안심입원제도’ 혹은 ‘국민안심치료제도’를 쓰자며 중증정신질환자 치료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16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크나큰 고통이며 가족과 환자 사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폐지돼야 하며 국가 국민안심입원제도로 대체돼야 한다”고 전했다.

학회에 따르면 국민안심입원제도는 ‘환자가 안심하고, 가족이 안심하고, 사회가 안심하는 입원치료제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 외래치료와 회복, 재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학회는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등 가족 구조 변화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 유지의 책임을 가족에게 부과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국민안심입원제도를 포함한 인권적 치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와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 이송과 정신응급체계를 제대로 확대 구축해야 하며, 증상이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기 전 조기발견이 가능한 치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서비스를 필수의료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외래치료 지원제도 강화와 급성기 치료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학회는 “국민안심입원제 도입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사항으로 논의와 실행에 수년 이상 소요될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같은 날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의 돌봄과 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입원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인권 보호와 병동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성급하게 시행됐던 제도들로 인한 급격한 치료 환경의 변화는 오히려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 병동에 대한 지원과 함께 사회로 바로 복귀할 수 없는 만성적인 정신질환자들이 병원 안에서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과 인력 등의 인프라를 지원하는 제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퇴원 이후에도 국가 책임 하에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외래 치료 명령 제도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면서 “탈원화는 무작정 병원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벗어난 정신질환자들의 재활, 거주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세밀한 준비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