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내려달라” 긴박했던 日여객기 화재 탈출 순간…보안청 5명 사망

기사승인 2024-01-03 05: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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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내려달라” 긴박했던 日여객기 화재 탈출 순간…보안청 5명 사망
2일 오후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 항공기가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한 후 발생한 화재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이륙 준비 중이던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부딪쳐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JAL 여객기 탑승객은 전원 탈출했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 승무원 5명은 숨졌다.

NHK·교도통신·닛케이·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2일 오후 5시47분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C활주로에 착륙하던 JAL 여객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유아 8명을 포함한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등 총 379명은 전원 탈출했지만, 최소 17명이 다쳤다. 이 여객기와 충돌한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에 타고 있던 6명 중 기장을 제외한 5명이 숨졌다. 기장 역시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NHK 영상에 따르면 한순간에 여객기는 화염에 휩싸였다. 기체 내부도 불탔고 창문에선 검은 연기가 올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사고가 발생하고 약 1시간 30분 후인 오후 7시25분쯤 하네다공항 제1터미널 버스라운지에 여객기에서 피난한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승객들은 담요를 두른 채 모여 있었고 지친 표정이거나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사고 여객기의 한 승객은 아사히신문을 통해 “(비상문을) 열어 달라”고 우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비명과 “빨리 내려달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사고 여객기 객실 승무원은 혼돈에 빠진 승객들에게 “협력해달라”고 소리치며 침착하게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승객들은 각자 자리에서 머리를 낮추고 몸을 지키며 객실 승무원의 지시를 따랐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 한 승객은 “기내가 몇 분 만에 연기로 가득해져 지옥 같았다”며 “어디로 가는지 몰랐고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그곳은 혼돈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3관구 해상보안본부는 착륙 중이던 JAL 여객기가 이륙 전 활주로를 이동하던 해보청 항공기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해보청 항공기는 전날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 피해 지역인 니가타현으로 물자를 수송할 예정이었다. 일본 국토교통성 등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화재로 하네다공항의 모든 활주로가 폐쇄됐다. 전일공(ANA)과 JAL 등에 따르면 3일 하네다공항을 이착륙하는 국내편과 국제편 약 100편이 결항할 예정이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국인 피해 접수는 없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