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의원의 ‘게임 정치’ 소회를 묻다

기사승인 2024-02-02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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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의원의 ‘게임 정치’ 소회를 묻다
‘질리언’ 코스프레를 한 이상헌 위원장. 이상헌 의원실

자타공인 국회에서 가장 젊은 취향을 갖고 있는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위원장이다. 그는 오랜 기간 여의도 정치에서 소외됐던 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게임 분야 종사자 뿐 아니라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청년이 집중적으로 포진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호평이 자자할 정도다.

게임을 통해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청년들에게 지지를 받아 감사하다는 이상헌 의원에게 그간 ‘게임 정치’ 소회를 물어봤다. 아래는 이상헌 의원과 일문일답.

Q 국회 입성 전 게임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게 아니었다. 지역구도 게임과 인연이 없다. 어떤 계기로 게임 정치를 시작하게 됐나

저희 아들이 게임마니아다. 이러한 배경이 제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전까지 정치권에서 게임 정책은 늘 마이너 영역에 머물며 소외돼 온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더욱 미비한 부분이 많았기에,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Q 게임산업과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의정활동을 하셨나

게임과 e스포츠 분야 정책과 법안 발의, 관련 행사 개최 등을 통해 균형감 있는 진흥 정책으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애써왔다. 대표적으로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와 ‘국내 대리인제도’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총 12건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e스포츠 체육진흥투표권 도입 논의’, ‘콘텐츠분쟁 조정위원회 기능 강화’ 등 게임 및 e스포츠 관련 행사를 주최해 국회에서 게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요한 현안들을 챙기고자 했다.

Q 진행하신 의정활동 중 기억에 남는 쾌거가 있나

앞에서 언급했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와 ‘국내 대리인제도 도입’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게임 산업 발전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국내 게임사들의 국제 경쟁력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 철폐와 국가적 지원도 관심을 가져왔지만, 이전까지 소외돼 온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에도 걸음마를 뗀 것 같아 기뻤다.

Q 지난해 2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내용 담긴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달 2일에는 제1회 국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며 다음달 22일부터 정보 공개가 이뤄지게 됐다. 변화를 이뤄내신 심경은

법안을 처음 대표발의하고 통과되기까지 여러 어려움과 난관들이 있었지만, 이용자들과 함께 이뤄낸 업적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 여러 말들이 있지만, 현재 수준의 규제도 업계의 반발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시행될 법률의 수위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법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기로 했다. 실제 법이 시행되며 새롭게 드러나는 부족한 부분들은 발 빠른 입법으로 보완할 예정이다.

이상헌 의원의 ‘게임 정치’ 소회를 묻다
이상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이상헌 의원실

Q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못해 아쉬운 법안은

‘해외게임 국내 대리인 지정법’이다. 이 법은 ‘샤이닝니키’ 사태 이후 발의한 법안으로, 외국계 게임사들의 막장 운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 게임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했으나, 지난달 30일에 있었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제가 대표 발의한 ‘국내 대리인제도’ 도입을 언급하며 긍정 견해를 밝힌 것을 보면 법안 통과에 재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기 종료까지 중점법안으로 지정해 끝까지 챙기겠다

Q 몇 년 전 판교 마차 시위에 이어 최근 트럭, 비행선 시위 등 게임 이용자의 의견 표현 다양화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이용자들은 이제 게임 내 불공정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을 때, 실제 법률 개정과 이용자 단체 설립 등 유의미한 성과를 끌어낸 경험이 생겼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가 동반되지 않고는 게임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

Q 국내 게임업계가 지난해부터 크게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나 돌파구를 마련할 방법이 있을지

정부의 날카로운 규제의 칼날로, 그동안 국내 게임사가 주 수익모델로 삼아온 확률형 아이템이 한계를 맞이한 것 같다. 급속도로 성장한 K-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각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이전에 자발적인 노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Q 중국의 판호 발급 재개 등 게임 업계 관련 글로벌 이슈와 이에 대해 의견은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내 게임사들의 최대 시장이 중국이지만, 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위한 판호가 오랜 시간 동안 막혀있었다. 기업이 홀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공동대응 전략을 수립해 중국 판호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해외시장 확보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하겠다.

Q 이번 국회 회기 동안 게임 정치를 스스로 돌아본다면

21대 국회 이전 게임 분야는 전형적인 비주류에 속했고, 그마저도 게임 이용자는 배제된 채 산업 위주의 담론 형성에 그쳤다. 부족하나마 꾸준한 게임 분야 의정활동을 통해 점차 관련 입법과 정책을 발굴하는 동료 의원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간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던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끄집어내고, 산업 중심의 담론을 확장해 이용자들의 권익을 위한 논의가 오가는데 제가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Q 향후 계획과 총선 이후 다시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된다면 목표가 있으신지

게임 산업은 첨단기술의 요람이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산업을 제도가 뒤쫓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게임사업자, 게임 이용자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게임 산업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겠다.

또한 우리 게임의 IP 보호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해외에서 우리 게임을 표절 및 도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 발맞춰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IP 감시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저작권 침해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Q 끝으로 게임 산업이 보다 올바르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견

한국 게임 산업은 짧은 시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의 효자산업으로서 국가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게임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표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철폐하되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고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한 적절한 수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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