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100억대 전세사기, 징역10년…“처벌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4-04-03 14: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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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 100억대 전세사기, 징역10년…“처벌 강화해야”
지난해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00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넘겨진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차영민 부장판사)는 이날 사기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2∼12월 서울, 인천, 수원, 부천, 고양 등 수도권 일대에서 47명으로부터 전세자금 100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축 빌라나 다세대주택의 분양 대행업자와 분양계약을 맺는 동시에 임차인을 모집해 분양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보증금과 분양대금의 차액은 A씨와 분양대행업자가 나눠 가졌다. A씨는 별다른 소득이나 재산이 없었음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주택 120여채를 소유했다. 그는 계약 기간이 끝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은 새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반환했다.
 
검찰은 A씨가 임차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겼으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이 사건과 같은 전세 사기 범행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A씨가 피해를 회복하거나 피해자들과 합의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2022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빌라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신축 빌라의 경우,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려워 전세 사기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빌라 세입자들은 전세 대신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비아파트 2월 거래건 중 월세 거래량 비중은 2022년 54.6%, 2023년 66.0%, 2024년 70.7%로 폭증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임대인, 공인중개사, 은행, 법원, 국가 모두 책임을 회피해 오롯이 피해자들이 모든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창식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24일 전세 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석해 “피해자들은 강제퇴거로 길거리에 나앉고 개인회생으로 살아가는 사연이 쌓이고 있다”라며 “피해자 인정을 마치 구제받은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상 전세대출금을 무이자 20년 상환하란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대인이 가지고 있는 전세보증금을 왜 피해자들이 무이자 대출을 추가로 받아 상환해야 하냐”라고 반문했다.
 
전세 사기에 가담한 임대인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재 전세 계약 시스템을 보면 사기를 치기 쉬운데 처벌은 약하다”라며 “양심만 버리면 돈을 쉽게 벌 수 있으니 사기범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 꼬집었다. 그는 “일단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전세 사기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국세청과 국가기관이 연계해서 전세 계약 시 임대인들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전세가율이 높으면 경고문이 뜨는 등 계약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