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진료 장기화’ 대비 나선 교수들…“내년까지 사태 해결 어려워”

서울의대 교수 64.5% “의료진 소진 심각”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진행
울산의대 교수들 전체 업무량 조정

기사승인 2024-05-21 10: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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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진료 장기화’ 대비 나선 교수들…“내년까지 사태 해결 어려워”
3월26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전공의들이 내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려면 20일까지 복귀해야 했지만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교수들이 비상 진료 장기화 대비에 나섰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20일 오후 ‘제6차 비상 총회’를 개최하고 전공의 사직 장기화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교수진이 참석했다. 

이들은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소진 상황을 고려해 진료 일정과 당직 횟수를 조정할 방침이다. 이날 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18일과 19일 이틀간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교수 555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64.5%는 ‘의료진 소진이 심각해지고 있어 진료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36.1%는 ‘야간 당직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수진 절반가량은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해 합리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응답자의 48.4%는 ‘과학적 근거 연구를 통해 의료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14일 시민 공청회를 통해 마련된 의견을 토대로 ‘의사 수 추계 연구’를 공모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1일 오후 3시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에 필요한 변수를 공개 요청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울산의대 비대위)도 20일 비상 총회를 개최하고 전공의 사직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교수들의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울산의대 비대위는 전체적인 교수 업무량을 조정하기로 했다. 당직 후 휴진 보장, 외래 환자 수 조정,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한 경증환자 타 기관 전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직서를 낸 교수들의 진료 일정도 조율 중이다.

울산의대 비대위는 “학생과 전공의는 불합리한 의대 증원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어 현 시점에서 복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까지도 사태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의대생, 전공의, 교수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울산의대 비대위는 “교수들이 낸 사직서는 법원, 검찰청, 경찰 신원조회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처리 중에 있다”며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과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불이익을 막겠다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냈다. 각자 원하는 사직 희망일자에 따라 진료를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병원의 경영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고, 상급종합병원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도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의대 증원을 강행해 초래할 한국 의료의 파탄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교수들은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