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 집중단속 성과는…“균형잡힌 처벌 필요”

기사승인 2024-05-24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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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리베이트’ 집중단속 성과는…“균형잡힌 처벌 필요”
보건복지부.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의 싹을 자르기 위해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는 등 감시 체계를 강화했지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현 제도상 처벌로 인한 피해가 업계에만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의사 실명 공개 추진 등 정책 개선 없이는 리베이트 근절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 두 달여간 실시했던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이 마무리됐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집중신고기간 동안 리베이트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며 “일부 케이스는 경찰청, 공정위원회와 공조해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집중신고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몇 건의 신고가 접수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제약사의 자정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집중신고기간은 종료됐지만 신고 포털 사이트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그간 사이트가 잘 알려지지 않아 접수 건이 적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홍보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약사들의 인식도 바뀌어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자정 노력이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집중신고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신고 사례가 줄어들 것 같진 않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그간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 의사 간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고자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약제 약가 인하 및 급여 정지’, ‘지출보고서 작성제도 관리 강화’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왔다. 특히 올해는 의과대학 증원과 관련한 의사단체 집회에 제약사 직원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사에게 편익이나 노무 등을 제공한 사례도 리베이트로 간주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리베이트 관련 정책들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현행 제도가 대부분 리베이트를 준 기업의 처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대 증원 이슈로 인해 리베이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부에서 의사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섰지만 오히려 제약사들 입장만 난처해졌다는 볼멘소리가 잇따랐다. 

A제약사 영업담당 관계자는 “신고기간에 신고 건수가 늘었다면 막대한 포상금을 노린 퇴사직원들의 신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걸 제약사의 자정 노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정부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을 잡겠다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의사 눈치를 보는 제약사들의 입장은 더 곤란해졌다”면서 “결국 대부분의 처벌과 국민의 비판은 이름이 공개된 제약사가 받고, 의사들은 몇 개월에 그치는 처분 아니면 벌금만 물고 경고 조치에서 끝난다”고 토로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에 2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겐 의사 면허정지 최대 12개월 처분을 적용한다. 제약사 처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약사 이름이 보도되는 것은 물론 약가 인하나 과징금도 따라붙어 손실이 크다. 

반면 적발된 의사의 이름과 소속기관은 모두 비공개다. 처분도 일시적 자격 정지 수준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의료인에게 복지부가 내린 처분 건수는 면허 취소 23건, 자격 정지 147건, 경고 54건이다. 이 가운데 자격 정지 기간은 4개월이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이 작성하는 지출보고서의 국민 공개 제도도 의사 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취지가 반감됐다. 애초 정부는 제약사 등에서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사의 실명을 지출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사 실명이 노출되면 개인정보 침해, 명예 훼손, 제약사와의 분쟁 등이 우려된다며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자 한 발 물러섰다. 

B제약사의 한 임원은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여러 정책들이 등장하면서 의사나 기업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관행을 근절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며 “의사가 ‘갑’인 분위기에서 벗어나도록 균형 잡힌 처벌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C제약사 관계자도 “지금의 정책들을 바탕으로 단속을 강화해봤자 새로운 방법을 찾고 우회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례만 늘어날 것”이라며 “의사가 속한 의료기관 명칭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복지부도 리베이트 정책에 대한 업계의 불만을 제고해 개선안을 논의 중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지출보고서 의사 실명 공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 사안이라 일단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향후 필요성이 제기되면 충분히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며 “자격 정지 1년은 현 의료법상 최대 처벌 수위다. 이를 강화하려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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